‘지락실’ 전엔 그녀들 있었다, 29살 나영석 땀나게한 ‘여걸’

  • 카드 발행 일시2023.08.09

리얼버라이어티의 남성 중심성이 비판받을 때가 있었다. 아는 형님, 남이 아닌 동생의 끈끈한 연대 속에서 자기들끼리 게임을 하고 여행을 하고 미션을 수행했다. 10년 이상 토·일요일 오후를 책임진 ‘무한도전’(MBC·2005~2018), ‘1박2일’(KBS·2007~현재)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최근 이 장르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자매들의 케미스트리에 기반한 보다 섬세한 형태가 유행이고, 화제가 된다. 김태호 PD(정확히는 그의 개인 제작사 TEO)의 ‘혜미리예채파’(ENA), 나영석 PD의 ‘뿅뿅 지구오락실’(tvN·이하 지락실)은 그간의 변화를 비교하기 좋은 재료다. 당연히 걸스 버라이어티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그 시작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가장 윗단에선 바로 이 ‘고전’과 마주하게 된다.

📂WHAT: ‘여걸’의 유산

그 시절 일요일의 행복은 예능이 결정했다. 다음 날은 무서운 월요일, TV에서 재미있는 걸 하지 않으면 사실상 망친 주말이 된다. ‘일요일은 101%’(※촬영 중 사고사가 발생해 급히 종영했다)의 한 코너로 시작, ‘해피선데이’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한 ‘여걸파이브’(2004~2008·이하 여걸)는 보기 드문 여성 중심 예능이었다. 멤버가 추가되면서 ‘여걸식스’, 포맷을 변경한 ‘하이파이브’ 등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장수했다. 전성기 시절 최고 시청률은 무려 28%를 찍었다. 이경실·정선희·조혜련 등 개그우먼이 주축이고, 핑클의 멤버 옥주현이 막내 포지션이었다. ‘여걸’이 낳은 최대 다크호스는 다섯 번째 멤버였던 아나운서 강수정. ‘아나테이너’(아나운서 엔터테이너)라는 용어를 유행시킨 주인공이다. 조혜련의 메가 히트곡 ‘아나까나’도 이 프로그램에서 첫선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