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쏠림’의 역사가 말한다…2차전지 광기 뒤 벌어질 일들

  • 카드 발행 일시2023.08.07

머니랩

모두가 시장이 과열됐음을 알고 있지만 손쓸 방책이 없다. 주식시장의 주도권이 공격적인 투자자에게 넘어간 탓이다. 주가 변동성을 야기하는 2차전지 종목은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선택은 둘 중 하나다. 동참하거나 무시하거나.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

2차전지 투자가 이성의 영역을 벗어나는 양상입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쏠림’을 말하지만, 개인투자자는 덮어놓고 ‘가즈아~’를 외치고 있죠. 지난 400년간 거품 붕괴의 역사를 관찰해 온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 전 MIT 경제학과 교수는 “광기 국면에서 자산 가격 상승이 멈추면, 곧바로 하락이 시작된다. 평평한 고지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2년 전 비트코인 광풍이 보여준 어떤 결말을 떠올리면, 2차전지 섹터에서 비슷한 양상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2차전지 산업의 성장성을 의심해서가 아닙니다. 성장성 이상으로 주식 거래에서 나타난 쏠림 현상은 되돌림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한 수 앞을 내다보는 투자자라면 2차전지 쏠림 해소 이후 증시의 새로운 주도주를 찾을 때입니다. ‘포스트 2차전지’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죠. 이번 머니랩에선 국내 증시에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났던 과거를 되짚어보고, 지금의 투자 전략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살펴봤습니다.

📍2차전지 쏠림, 어디까지 왔나

시장이 비이성적 광기에 휩싸이면, 전문가의 자산 거품 경고는 ‘잔칫날 접시 깨는 소리’로 치부되곤 합니다. 동네 카페에서도 별다른 근거 없이 2차전지 관련주 주가가 지금보다 2~3배는 더 오를 것이란 주장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죠. 이럴 때일수록 과학적 사고가 절실합니다.

먼저 시장의 쏠림을 체크할 수 있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 지수는 개별 기업의 시가총액(시총)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제곱한 값을 모두 더해서 구하는데요. 특정 종목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관련 기업의 시총 비중을 제곱한 값도 커지기 때문에 HHI지수도 커지게 됩니다.

2차전지 관련주가 다수 상장된 코스닥 시장의 지난달 28일 기준 HHI지수는 0.015로 셀트리온 쏠림 현상이 있었던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불쑥 오른 이 지수가 앞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는 그만큼 2차전지 관련주 주가도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죠.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주식시장 전체 거래대금에서 2차전지 업종의 거래대금이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따져봐도 쏠림 현상을 판정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사례에 비춰볼 때 전체 거래대금에서 특정 업종 거래 비중이 20% 이상이면 과열이라고 판단하고, 30~40% 수준에 이르면 과열이 절정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2004~2007년 쏠림을 주도했던 조선주의 당시 비중은 20%를 기록했고, 2014~2017년까지 제약업종은 30% 수준에서 최고점을 형성했습니다. 2차전지 업종의 거래대금 비중은 지난달 말 50%에 육박할 정도로 유례없는 쏠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업종의 코스닥 시장 내 시가총액 비중은 연초 6%에서 6개월 만에 21%로 급등했다”며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