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압구정공화국인가” 고발까지 간 3구역 사태 전말

  • 카드 발행 일시2023.07.20

압구정 재건축은 100년 후에나 가능할 거라고 놀리듯 얘기하는 지인도 있어요. 이번에 속도를 내는 것을 보니 ‘내가 죽기 전에 재건축이 진짜 되긴 되겠구나’ 이런 희망이 생긴 거죠. 주민들이 합심해 잡음 없이 추진되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서울시 신통기획안에 따른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사진 서울시

서울시 신통기획안에 따른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사진 서울시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만난 현대아파트(3구역) 조합원인 60대 이모씨의 말입니다. 30년 넘게 이 아파트에서 거주한 이씨는 “3구역 설계업체 선정 투표에 3000명에 가까운 조합원들이 참여한 것을 보면서 재건축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이씨는 “입주민 각자 처한 상황과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기대하는 대로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지울 수 없다”고 했습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죽기 전에 재건축”… 최고 50층에 한강뷰 담는다

이제 ‘반백살’이 된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 시계는 빠르게 돌고 있습니다. 압구정 아파트지구는 24개 단지가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 구역은 ▶1구역(미성 1·2차) ▶2구역(현대 9·11·12차) ▶3구역(현대 1~7차, 현대 10·13·14차, 대림빌라트) ▶4구역(현대 8차, 한양 3·4·6차) ▶5구역(한양 1·2차) ▶6구역(한양 5·7·8차)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을 확정하고 열람 절차까지 마쳤습니다. 지구단위계획에선 구역과 면적, 용적률, 인센티브 체계 등을 규정합니다. 이달 10일에는 2~5구역의 신속통합기획안(신통기획)도 확정했습니다. 신통기획은 민간이 주도하는 재건축·재개발 초기 단계부터 서울시가 개입해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이기도 합니다.

기획안에 따르면 현재 8443가구가 있는 압구정 2~5구역(77만3000㎡)은 1만1830가구 규모로 재건축되는데요. ‘미니 신도시’급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약 10%가량인 1200가구는 공공임대주택입니다.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압구정 현대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압구정 현대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 2구역의 총 가구 수는 기존 1924가구에서 2700가구 안팎으로 늘어납니다. 최고 층수는 50층 내외로 기획됐습니다.

● 3구역은 평균 용적률 323% 이하(3종 용적률 300% 이하)로 적용받습니다. 압구정역에서 인접한 부지 용도가 3종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되면서 평균 용적률이 300% 이하인 다른 구역에 비해 높은 용적률이 적용됐어요. 3구역의 가구 수는 기존 3946가구에서 5800가구 내외로 늘어납니다. 높이는 50층 내외로 설계됐습니다.

● 4구역은 기존 13층 1341가구에서 50층 내외 1790가구로, 5구역은 13층 1232가구에서 50층 내외 1540가구 내외로 재건축될 예정입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명노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과장은 “기부채납, 개방형 시설 등 공공성의 정도를 감안해 용적률이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획안에는 아파트 최고 층수를 50층 안팎으로 건설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부채꼴로 펼쳐진 압구정 지역 특징을 살려서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들어올 수 있는 경관을 조성하자는 취지입니다.

특히 이 일대 한강변은 수변 특화 구간으로 조성됩니다. 구역별로 압구정 2구역은 수상스키 등 레저스포츠 시설, 3구역엔 숲길 쉼터 등 공연문화·전시 시설, 4·5구역은 조망 데크 공원과 전망 카페 등이 들어섭니다. 이 밖에 한강으로 가는 길목 곳곳에 다양한 주민공유시설을 지어 활력이 넘치는 보행거리로 만들 예정입니다.

강북-강남 생활권을 보행교로 연결하는 동선 개념도. 서울시

강북-강남 생활권을 보행교로 연결하는 동선 개념도. 서울시

이번 기획안의 핵심 중 하나는 한강을 가로지르는 ‘보행교’입니다. 서울시는 보행교를 통해 성동구 성수동(강북)과 압구정동(강남)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하기로 했습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그동안 도심 재건축 단지들은 외부와 단절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그쳤다”며 “조합원의 재산권 행사도 중요하지만, 서울에서 가장 중요한 도심 주거 단지로서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도 필요하다. 이번 신통기획안에 그런 절충안을 잘 담아냈다”고 평가했습니다.

‘신통기획 수혜’ 신현대를 주목하라

압구정 6개 구역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건 3구역(구현대)입니다. 3구역이 속칭 ‘압구정 대장주’인 셈이에요. 전체 4121가구 규모로 가장 덩치가 큰 데다 압구정 아파트 지구의 중심부에 위치해서입니다. 압구정역과 압구정초·중·고가 인접한 것도 장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신속통합기획의 가장 큰 수혜를 받은 단지로 2구역(신현대, 현대 9·11·12차)을 꼽습니다. 1982년 5월 사용승인이 난 신현대는 27개 동, 1868가구로 구성됐으며 올해 41세가 됐습니다. 이 단지 역시 114.08㎡(34평형)~202.05㎡(61평형)의 중대형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현재 용적률은 183% 수준으로 양호하며, 대지지분도 34평형 기준 18~19평, 50평대는 26.7~28.8평, 61평형은 30.8평으로 사업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용적률이 300%로 늘어나며 공공임대를 포함해 2700가구 규모로 재건축이 될 예정입니다. 신현대는 지난 6월 설계공모를 통해 디에이건축사사무소를 재건축 설계업체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3구역이 11개 개별 단지가 모여 있는 것과 달리 신현대는 사실상 단일 단지로 관리되고 있어 조합원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데 용이한 측면이 있다”며 “이미 설계업체 지정도 마무리될 정도로 압구정 지역에서 재건축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설명합니다. 이어 박 교수는 “그동안 단점으로 여겨진 초등학교 신설이 지구단위계획에서 확정됐다”며 “한강공원 접근성이 뛰어나고, 현대백화점 옆 주차장 부지가 재건축 후 공원으로 바뀌며, 현대백화점을 끼고 있어 아파트 상가처럼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초등학교가 들어서면 압구정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한강 조망권 확보에도 유리할 전망입니다. 단지 동쪽이 동호대교와 한강 공원을 접하고 있는 데다 서쪽 미성아파트 단지와의 사이에 5층 규모의 학교가 들어서면 이 공간을 통한 한강공원의 조망 폭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압구정 재건축 사업성 분석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윈중개는 국내 최초로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사업성을 수치화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윈중개의 재건축 사업성 점수 100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인 경우 추가부담금 없이 재건축 후 동일평형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사업성을 지녔다고 볼 수 있습니다. 100점 이상인 경우 환급, 100점 미만이면 추가분담금이 발생하는 수준입니다. 다윈중개가 압구정 1~6구역을 동일한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2구역의 사업성이 가장 좋고, 1구역의 사업성이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석환 다윈중개 대표는 “2구역의 경우 사업성 점수만 좋을 뿐만 아니라 구역내 단지들의 용적률이 동일해서 조합원간 이견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사업속도면에서도 가장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다윈중개의 분석은 신통기획이 제대로 반영되었을 때의 구체적인 사업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신통기획을 통한 인센티브가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사업성 자체의 변화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3구역이 용적률 인센티브를 많이 받기는 하지만 반드시 유리하다고만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게 다윈중개 측의 설명입니다. 김석환 대표는 “3구역내 단지들의 용적률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실제 사업 추진단계에서는 조합원간 이해가 충돌해 사업속도가 늦어질 가능성도 커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