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중 “감독 재계약”…기습 발표가 해낸 9회말 기적

  • 카드 발행 일시2023.07.17

다른 경로를 채택한 SSG와 LG 

야구 입문의 바이블로 통하는 레너드 코페트의『The new thinking fan’s guide to baseball』(국내에는 ‘야구란 무엇인가’로 번역)은 감독의 지분에 대해 이렇게 썼다. “어떤 감독은 아무런 차이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어떤 감독은 가만히 내버려 뒀더라면 이길 수 있는 게임을 공연히 주무르다가 망쳐 놓는다. (…) 그러나 대부분의 감독은 팀 승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시즌을 치르면서 각 팀이 보유한 기본 전력이 고스란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SSG 랜더스 내부에서 김원형 감독을 호평하는 근본적 이유는 질 경기를 뒤집는 능력보다 이길 경기를 놓치지 않는 지점에 있다. 뉴스1

SSG 랜더스 내부에서 김원형 감독을 호평하는 근본적 이유는 질 경기를 뒤집는 능력보다 이길 경기를 놓치지 않는 지점에 있다. 뉴스1

2023시즌 개막을 앞두고 어느 야구인은 “올 시즌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를 유심히 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히 우승권 전력을 갖춘 두 팀이지만, 감독의 운영 방식은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김원형 SSG 감독은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리버럴한 스타일이다. 반면 염경엽 LG 감독은 디테일한 전술가의 면모가 짙다. 게다가 염 감독은 랜더스 데이터센터장 출신인 김정준을 수석코치로 영입했다. 김 코치는 KBO 역사상 가장 완고한 카리스마적 리더인 김성근 전 감독의 아들이다.

7월 11일 시점까지 LG는 1위(49승29패2무), SSG는 2위(46승31패1무)로 경합 중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염 감독이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에서 감독으로 실패(2019년 3위, 2020년 9위)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이후 구원투수로 투입된 민경삼 랜더스 대표는 전임 염 감독과 대비되는 리더십을 선택했다. SSG 내부 관계자는 그 배경에 관해 이렇게 고백했다. “명감독이 오면 팀이 달라질까? 그렇다면 김성근 감독은 왜 SK에서 성공하고 한화에서 실패했나? 오히려 과거의 성공 경험은 현재와 호환되지 않으면 해로울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감독이 팀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팀에 맞는 감독을 데려와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