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스타들이 즐비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는 톱클래스 수준의 경기력을 갖추고도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언성 히어로(unsung hero·칭송받지 못한 영웅이라는 의미)’라 불리는 선수들입니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던 시절 박지성도 이런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국내 팬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용어일 거라 생각합니다.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스타들에 비해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낮을지언정, 팀 내에서 살림꾼 역할을 도맡는 ‘언성 히어로’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팬들이 열광하는 선수는 아닐지 몰라도 감독들에겐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닐까요.
역대급 경쟁으로 뜨거웠던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조용히, 하지만 든든히 떠받친 ‘박지성의 후계자’들은 어떤 선수들일까요. 영국 남자 짐 불리가 알려드립니다.
프리미어리그를 다루는 주요 언론은 전통적으로 한 시즌을 마무리할 무렵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로 베스트11을 선정해 발표한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whoscored.com)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철저히 기술적으로 선정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잉글랜드 축구 레전드) 앨런 시어러 같은 전문가들이 매년 선정하는 시즌 베스트11처럼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방식도 있다.
이런 방식의 베스트11은 흔히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칼럼에서는 조금 다른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 2022~2023시즌 프리미어리그를 빛낸 최고의 선수 11명의 명단을 발표하는 대신 여러분이 들어보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이례적으로 훌륭한 활약을 펼친 선수 11명을 선정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름하여 2022~2023시즌 언성 히어로즈(unsung heroes·숨은 영웅들) 베스트11이다.
‘언성 히어로’만으로 베스트11을 선정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심 본머스 선수단을 통째로 뽑고 싶은 유혹을 느꼈던 게 사실이다. 본머스는 올시즌 누군지도 잘 모르는 무명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는데, 어쨌거나 올 시즌에 승점을 39점이나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토트넘을 상대로 6-1로 대승을 거둔 경기에서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놓친 직후 놀란 표정을 지은 뉴캐슬의 제이콥 머피처럼 우스꽝스러운 장면 위주로 베스트11을 구성할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그 표정은 이번 시즌 최고의 ‘밈’ 중 하나였다.
대신 진지한 접근 방식을 선택했다. 다음에 소개하는 11명의 선수는 여러분들이 이름을 들어봤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올 시즌 활약이 과소평가된 인물들이다. 모두가 언성 히어로즈 베스트11에 포함시키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그리고 한 가지, 해리 케인(토트넘)도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음을 미리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