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물지마” 전기목줄 훈련…7일 뒤 벌어진 처참한 결과

  • 카드 발행 일시2023.05.18

🐕김선아 박사의 금쪽 같은 내 강아지

“시바견의 랜선 이모로 살다가, 독립하면서 시바견 사랑이를 입양했어요. 사랑이는 집에 온 첫날부터 잘 먹고 잘 싸고 잘 노는 완벽한 강아지였어요. 그런데 커가면서 자기 꼬리의 끝부분을 핥거나 빠는 행동을 보이며 꼬리에 집착하더니, 한 살 즈음부터는 꼬리를 잡기 위해 빙글빙글 도는 행동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간식을 주면 멈추기도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무엇을 해도 멈출 수가 없어요. 제가 사랑이를 끌어안고 멈추게 하려 하면 으르렁거리기도 하고요.

그러다, 얼마 전 끔찍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거실 벽에 피가 뿌려져 있고, 사랑이는 꼬리에 상처가 난 상태로 빠르게 빙글빙글 돌고 있었어요. 얼른 사랑이를 안고 응급실에 가서 물어뜯어 상처가 난 꼬리 상처를 치료받고 왔어요. 혹시 이러다가 꼬리를 잘라야 하는 건 아닌가 걱정되어 여쭤봤더니, 담당 수의사 선생님이 이건 동물행동의학적 문제라며 우선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라고 하셨어요. 우리 사랑이, 꼭 좀 도와주세요.”

우선 사랑이 보호자님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꼬리잡기 행동을 하다가 자해로 이어지는 경우 진료실에서 자주 보게 되는데요. 이런 문제 행동은 반려견은 물론 반려인에게도 큰 충격을 줍니다.

사랑이가 보이는 행동은 ▶특별한 자극원 없이 꼬리잡기를 시작하고 ▶스스로 멈출 수 있을 때만 멈추고 ▶정신없이 꼬리를 잡으려 돌고 있을 때 누군가 물리적으로 멈추려 하면 그 사람에게 공격성을 보이고 ▶자기 꼬리를 향해 으르렁거리고 공격하다가 결국에 자해를 해 큰 상처를 입는 행동 등인데요. 이것들은 모두 강박장애(Compulsive disorder) 증상입니다.

사람은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를 강박적 생각(Obsessive)와 강박 장애(Compulsive disorder)를 묶어 표현하지만, 동물의 경우에는 강박적인 생각의 유무를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에 강박 장애(Compulsive disorder)라고 부릅니다. 꼬리 물기 외에도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선회행동(Spinning), 빛이나 그림자를 쫓아다니는 행동(Light chasing, Shadow chasing),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파리를 잡는 것 같은 행동(Fly-biting), 옆구리를 빠는 행동(Flank sucking), 말단 부분을 지속해서 빠는 행동(Acral licking), 반복적으로 이물을 먹는 이식증(Pica), 직물이나 물건을 반복적으로 빨고 씹는 행동(Licking, Chewing) 등이 있습니다.

강박 장애는 품종 소인이 있는, 즉 유전적인 소인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쿄대 동물행동의학과 유지모리 교수님이 2012년에 쓰신 논문에 따르면 일본에서 꼬리잡기 강박장애를 가장 많이 보이는 견종이 바로 시바견이라고 합니다. 시바견 외에도 꼬리잡기 강박장애를 자주 보이는 견종으로는 불테리어와 저먼 셰퍼드, 오스트레일리안 캐틀독 등이 있고요.

물론 이런 행동을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강박장애인 것은 아닙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다른 건강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간혹 피부과나 외과적 문제 때문에 꼬리잡기 행동을 할 수도 있거든요. 꼬리나 항문낭에 불편함이 통증이 있는 경우에도 비슷한 행동을 보일 수 있고, 근골격계, 특히 허리와 엉덩이 쪽에 문제가 있을 때도 꼬리잡기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려견이 꼬리잡기 행동을 보일 땐 병원에서 위 같은 증상이 없는지 검사를 하는 편이 좋습니다. 필요하다면 진단영상학적 검사까지도 이뤄질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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