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엔 늘 영웅이 탄생했다…잔혹한 천국, 아멘코너

  • 카드 발행 일시2023.03.31

골퍼들에게 마스터스가 열리기 전에 봄은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은 물론 주말 골퍼들이 동경하는 무대, 마스터스 토너먼트. 4월 6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개막하는 마스터스의 모든 것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4월 초,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의 층층나무는 꽃망울을 맺고 철쭉·개나리·목련이 흐드러진다. 오거스타 내셔널의 페어웨이는 새로 깐 녹색 카펫처럼 말끔하고 그린은 비단결 같다. 노란색 미국 지도에 꽂힌 마스터스의 깃발은 골프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골퍼들은 오거스타 내셔널을 “깃발 꽂힌 천국”이라고 한다. 그 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아멘코너다.

그러나 골프코스에서 아름다운 곳은 위험하다. 개울과 바람이 휘감아 돌고, 높이 솟은 조지아 소나무와 빽빽한 갤러리가 둘러싼 아멘코너는 압박감이 가장 심한 곳이다. 영웅이 탄생하기도 하지만 대다수 골퍼의 꿈이 사라지는 곳이다.

아멘코너는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의 11~13번 홀을 말한다. 골프에서 가장 유명한 연속된 3홀이다. 그런데 첫 마스터스가 열린 1934년, 이 홀들은 11~13번이 아니고 2~4번 홀이었다.

설계자인 알리스터 매켄지와 창립자인 보비 존스는 멋진 홀들을 앞쪽에 배치했다. 그러나 이곳은 골프장의 가장 낮은 지역이어서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고 나무도 많아 해가 늦게 든다.

타이거 우즈가 지난해 13번 홀에서 칩샷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가 지난해 13번 홀에서 칩샷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4월 초라도 아침엔 그린에 서리가 낄 때도 있었다. 그래서 이듬해부터 골프장의 전 후반을 교체해 11~13번 홀이 됐다. 선수와 관중들을 환호하게도 하고 탄식하게 하는 ‘스포츠 최고의 극장’이라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클라이맥스 아멘코너를 후반으로 돌린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마스터스는 4라운드 백나인에서 진짜 경기가 시작된다고 하고 아멘코너에서 선수들의 운명이 결정됐다.

선수들이 ‘아멘’ 하는 탄식을 할 정도로 어려워서 아멘코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알려졌으나 정확한 건 아니다. 파 4인 11번 홀은 아주 어렵고, 파 3인 12번 홀은 어려운 편이다. 그러나 파 5인 13번 홀은 가장 쉽기 때문에 세 홀의 스코어의 평균은 골프장 평균보다 낮다. 따라서 어려워서 아멘코너가 됐다고 할 수는 없다.

아멘코너라는 이름은 최고 스타 아널드 파머 때문에 생겼다. 비가 많이 와 땅이 질척이던 1958년 대회 최종일 켄 벤추리와 우승을 다투던 파머의 12번 홀 티샷은 그린을 살짝 넘어 땅에 박혔다. 파머는 현장에 있는 경기위원에게 무벌타 구제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파머는 반발했다. 그러면서 독자적으로 2볼 플레이를 했다.

2볼 플레이는 한 선수가 공 2개로 경기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규칙이 맞는지 확실치 않을 때, 두 가지 상황을 다 적용해 경기하는 것이다. 파머는 박혀 있는 공을 있는 그대로 쳐 5타, 즉 더블보기를 했다. 그는 다른 볼을 드롭해 경기해 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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