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보험금으로 빌라 산 형…“치료비 더 썼다” 항변의 맹점

  • 카드 발행 일시2023.02.01

당신의 사건 3. 가족이니 괜찮은가, 후견인이니 안 되나

#김경수(가명)씨의 동생은 2011년 교통사고로 뇌병변 1급 장애에다 사지마비 상태가 됐습니다. 내내 동생을 돌보던 경수씨는 2014년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됐습니다. 동생이 언제까지 입원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치료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수씨에게 동생의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이듬해 동생의 교통사고 보험금 1억4000여만원이 경수씨 통장으로 들어오면서 상황이 좀 달라집니다. 이 돈을 받아 보관하던 경수씨가 몇 주 뒤 1억2000만원을 돌연 출금한 겁니다. 이 돈은 빌라를 사는 용도로 쓰였습니다. 동생과 경수씨 공동명의로 계약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경수씨의 단독 명의로 된 것이었죠.

이 사실은 법원이 후견을 잘 하고 있나 감독하는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현금을 도로 돌려놓으라는 법원의 권고에도 경수씨가 버티자 법원은 결국 검찰에 경수씨를 고발했고, 기소를 거쳐 처벌했습니다. 죄명은 횡령! 연예인 박수홍씨 사건으로 최근 많이 알려진 ‘친족상도례’를 생각하면 의아하실 겁니다. 동거 친족 사이 재산 범죄는 처벌 안 받을 수도 있다며… 웬 횡령?

경수씨가 동생의 성년후견인이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성년후견제도는 장애나 고령 등으로 일상적인 일 처리가 어려운 사람의 재산 관리를 주변 사람이 돕도록 하는 건데요.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이상한 계약을 하거나 돈을 지나치게 많이 꺼내 쓸까 봐 걱정될 때, 사고로 의식이 없는 배우자의 치료비를 마련해야 하지만 재산을 처분할 수 없을 때, 법원에 이 사람의 성년후견인을 지정해달라고 신청하는 거죠. 후견인을 누구로 할지도 법원이 정해 주는데, 가족이나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변호사나 법무사·사회복지사 등 전문가가 선임될 수도 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가족이 되는 경우가 많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