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명물 메타세쿼이아…사실 ‘쓰레기 산’ 감추려했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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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라는 용어가 있다. 현재 인류가 나타난 이후도 지질시대의 하나로 봐야 한다는 말이다. 인류는 이 순간에도 콘크리트, 유리병, 플라스틱, 비닐 같은 썩지 않는 폐기물 어마어마한 양을 땅속에 묻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이들은 인류가 살던 지층의 화석이 될 테다. 이제껏 지구 환경을 통째로 흔들어 놓은 종은 인류가 유일하다. 인류로 인해 수많은 생물 종이 사라졌다.

인류세 개념은 1980년대 미국 생물학자 유진 스토머와 네덜란드 화학자인 파울 크뤼천에게서 비롯하고, 2000년대 들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2012년 유엔 리우회담에서 공식 등장하며 환경 파괴를 경고하는 상징어가 됐다.

2019년 지질학자 모임인 국제층서학회는 20세기 중반을 인류세 시작점으로 보기로 했다. (층서학(層序學)은 지층에 기록된 과거 정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하지만 인류세 시점을 놓고는 의견이 갈린다. 유럽 제국들이 신항로를 개척해 대륙 간 생물군 이동을 부르기 시작한 15세기 말, 산업혁명이 일어난 18세기, 플라스틱이 등장한 19세기 중반, 핵실험으로 대기 중에 플루토늄이 퍼져 나가기 시작한 1945년, 인류가 만든 물질 총량이 생물량을 넘어선 2020년….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는 두 가지 화석이 있다. 하나는 ‘죽은 화석’으로 난지도 땅속에 묻혀 있는 쓰레기다. 인류세를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다. 다른 하나는 ‘살아 있는 화석’으로 난지도 둘레길 한강 쪽에 줄지어 선 메타세쿼이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