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연말, 왓챠에서는 기적과도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넷플릭스를 통해 시즌2가 공개된 ‘나이브스 아웃’과 왓챠 오리지널로 큰 인기를 끌었던 시리즈의 극장판 ‘시멘틱 에러: 더 무비’를 누르고 ‘퀸 크랩’이란 영화가 플랫폼 내 1위에 오른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에 빠질 것이다. 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1위에 올랐을까? 대체 왜 나는 이 작품을 모르는 걸까?

영화 ‘퀸 크랩’의 포스터. 사진 Polonia Brothers Entertainment
2015년 제작된 ‘퀸 크랩’은 1980년대부터 B급 영화를 만들어 온 브렛 피퍼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국내에서는 정식 개봉하지 않았고, IMDb 평점 3.8점을 기록 중이다. 이미지에서 드러나듯 조잡한 CG와 개연성이 떨어지는 줄거리를 선보인다. 작품 줄거리를 보자.
멜리사는 어린 시절 집 근처 호수에서 새끼 게 피위를 발견한다. 과학자인 아버지가 물건을 크게 만드는 실험에 사용한 열매를 이 피위한테 먹이며 남몰래 애정을 주고 키운다. 시간이 흐른 뒤 친구 제니퍼를 만난 멜리사는 마을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의 원흉이 거대 게로 성장한 피위 때문이란 걸 알게 된다. 이에 거대 게를 죽이려는 마을 사람들과 친구를 지키려는 멜리사의 전쟁이 시작된다.
이 작품이 인기를 끈 건 입소문이나 평론가의 호평 때문이 아니다. 유명 유튜버를 통해 재발견된 것도 아니다. 왓챠의 12월 종료작 중 ‘퀸 크랩’을 발견한 일부 구독자가 흥미를 느꼈고, 작품 흥행을 위한 활동이 SNS에서 시작됐다. B급보다 아래인 C급처럼 보이는 영화의 포스터, 곧 플랫폼에서 사라진다는 희소성, 독특한 제목이 주는 호기심이 합쳐져 시청 순위가 상승하더니 결국 1위에 올랐다.
왓챠 역시 예상치 못한 흥행에 놀랐는지, 공식 SNS에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넥스트 ‘퀸 크랩’이 될 가능성을 지닌 ‘쿠소 영화(일본어로 '똥' '제기랄'이라는 뜻의 쿠소くそ와 영화의 합성어. 망작이라는 뜻)’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수의 네티즌은 왓챠 플랫폼의 가치를 칭송했다. 돈이 되는 화제작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시도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삐딱하게 바라보면 왓챠가 지닌 한계와 문제점이 보인다.

왓챠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글.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