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붉음’으로 물드는 계절입니다.
산이며 들이며 울긋불긋합니다.
만산홍엽에 사람 또한 형형색색이니 현기증이 날 정도입니다.
이 가을,
홀로 호젓이 그 붉음을 품을 궁리를 했습니다.
궁리 끝에 떠올랐습니다.
다름 아닌 갯벌입니다.
공항으로 오가며 봤던 붉은 갯벌,
바로 영종도 갯벌입니다.
이즈음이면 짙은 자줏빛으로 물들었을 겁니다.
이 계절에 갯벌을 붉게 물들이는 그것은 다름 아닌 칠면초입니다.
30여 년 전 순천만 갯벌을 붉게 물들인 그것을 처음 봤습니다.
당시 이 칠면초를 두고 예서 터 잡고 사는 이가 이리 설명했습니다.
처음엔 연두인데 어느샌가 초록이 되고, 햇살 뜨거운 여름이 익으면 분홍 꽃피우고 가을이 짙으면 덩달아 짙디짙은 자주로 색을 바꾸죠. 이렇듯 색이 모두 일곱 번 변해서 칠면초라고 하죠. 또 누구는 칠면조처럼 색이 변한다고 해서 칠면초라고도 하고요. 하여튼 내가 여기서 수십 년 살며 지켜본 바에 의하면 색이 일곱 번 변하는 건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