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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세 할머니는 왜 나이아가라 폭포에 몸 던졌나…거짓말 같은 실화

중앙일보

입력 2022.01.21 06:00

업데이트 2022.03.02 13:43

ㆍ 한 줄 평 :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서야 반전이 등장한다. 그러니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말 것!

ㆍ 함께 읽으면 좋을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그림책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 이 책의 강력한 반전을 설명 없이 이해할 수 있다면 대단한 독해력을 가진 어린이다.
『켈빈의 마술쇼』 너보다 약한 사람이나 동물을 괴롭히면 안 된단다. 모르는 것 같지만, 다 알고 있어!
『자수라』 영화로도 만들어진  『쥬만지』의 2편. 『쥬만지』를 재밌게 읽었다면 강력 추천!

ㆍ 추천 연령 :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책은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으로 꼽힙니다. 초등학생이라면 학년에 관계 없이 읽고 이야기 나눠 보세요.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 서면 사람들은 어떤 느낌이 들까요? ‘무섭게 물벼락을 쏘아 대는 소화전 앞에 선 작디작은 벼룩’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겁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17층 빌딩만큼 높으니까요.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폭포의 여왕』은 바로 이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시작합니다. 구름떼처럼 몰려든 사람들이 폭포 절벽 위를 보고 외칩니다.

“저기 있다!”

그들은 나무통 하나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폭포 아래로 우르르 몰려가죠. 네, 그건 그냥 텅 빈 나무통이 아니었습니다. 통 안에는 사람이 타고 있었습니다. 무모한 도전을 밥 먹듯 해온 건장한 모험가가 아니었어요. 예순두 살 된 작고 통통하고 깐깐한 여성이었죠. 그의 이름은 애니 에드슨 테일러.

시작은 돈 때문이었습니다. 일찍이 미망인이 된 애니는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학생이 줄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졌거든요. 여행을 좋아한 탓에 모아놓은 돈도 없었죠. 그렇다고 가게 점원이나 가사 도우미를 하자니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습니다. 궁리를 거듭하던 그는 어느 날 신문에서 나이아가라 폭포 기사를 보고 엄청난 생각을 해냅니다. 나무통에 들어가서 폭포를 타고 내려오는 생각을 말이죠. 유명해지면 부와 명예를 모두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는 바로 실행에 들어갑니다. 무지무지 튼튼하고 몸에 꼭 맞는 나무통을 제작하는 것부터 말이죠. 돈이 없다고 누구나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몸을 던질 생각을 해내는 건 아닙니다. 이 할머니, 보통 사람이 아닌 건 확실합니다.

에니 에드슨 테일러 여사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타기로 마음 먹자 곧장 실행에 옮긴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지무지 튼튼한 나무통을 만드는 일이다.

에니 에드슨 테일러 여사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타기로 마음 먹자 곧장 실행에 옮긴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지무지 튼튼한 나무통을 만드는 일이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영화로도 제작된 『쥬만지』,『북극으로 가는 열차(영화는 원제인 '폴라 익스프레스'로 개봉했다)』를 쓰고 그린 작가로 유명합니다. 그의 그림책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하죠. 공원에서 주운 보드게임을 하려고 주사위를 던지자 어디선가 아프리카 초원에 살 법한 동물들이 튀어나오고(『쥬만지』), 크리스마스 전날 밤 침대에 눕자 멀리서 산타 할아버지 썰매의 방울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 쉬익쉬익 연기 뿜는 소리와 끼이익 하는 쇠바퀴 소리와 함께 집 앞에 기차가 멈춰 서 있는(『폴라 익스프레스』) 식입니다. 여기에 알스버그 특유의 양감이 풍부한 무채색 세밀화가 더해지면서 환상적인 분위기가 극대화되죠.

『폭포의 여왕』에서는 유명해져서 큰돈을 벌기 위해 폭포에 몸을 던지는 애니가 바로 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중심에 있습니다. 설마 설마 하며 책장을 넘기게 되죠. 바람(?)을 져버리고 애니는 직접 제작한 나무통에 몸을 밀어 넣고 폭포로 뛰어듭니다. 어떻게 됐냐고요? 다행히 무사히 살아서 돌아옵니다(여기선 안도의 한숨이 나오죠).

나무통에 몸을 밀어 넣고 가죽벨트를 단단히 조인 후 배개까지 채워 넣었지만 거센 폭포의 물살을 견뎌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무통에 몸을 밀어 넣고 가죽벨트를 단단히 조인 후 배개까지 채워 넣었지만 거센 폭포의 물살을 견뎌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그림책은 반전으로도 유명한데요, 『폭포의 여왕』의 가장 큰 반전은, 약간 미친 게 아닌가 싶게 무모한 62살의 이 여성이 실존 인물이라는 겁니다. 그림책 속 모든 이야기가 다 실화인 셈이죠.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나무통 옆에 선 애니 에드슨 테일러의 사진이 떡 하니 나오는데요, 그 순간 땅 하고 머리를 맞은 기분이 듭니다.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무모할 정도로 대담한 용기와 상상력, 결단력의 결말이 좀 허무하긴 합니다. 애니는 바람대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유명세는 명예로 이어지지도, 큰 돈으로 이어지지도 못했거든요. 결국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 좌판을 깔고 나무통을 세워둔 채 자기 사진이 들어간 엽서를 팔아 먹고 살죠.

하지만 그는 전혀 위축되거나 비굴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폭포에 몸을 던진 10년 전 취재를 나온 기자가 그의 좌판을 찾아왔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 서서 저 폭포를 바라보는 사람 누구에게라도 물어보세요. 나무통에 들어가 저 폭포를 타 넘은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겠죠. 나는 ‘그 일을 한 사람이 바로 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해요.”

미국 전역의 일간지를 장식한 엄청난 모험을 벌였지만 그 결말은 다소 허무하다. 애니는 폭포 옆에 좌판을 깔고 나무통을 세워둔 채 자신의 사진이 들어간 엽서를 팔아 먹고 산다.

미국 전역의 일간지를 장식한 엄청난 모험을 벌였지만 그 결말은 다소 허무하다. 애니는 폭포 옆에 좌판을 깔고 나무통을 세워둔 채 자신의 사진이 들어간 엽서를 팔아 먹고 산다.

누구나 품위 있게 살길 원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죠. 에니 에드슨 타일러 부인에게서 용기와 결단, 마침내 해내는 성취감을 맛본 이의 품위가 느껴지는 건 저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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