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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라도 종이책이 효과적…상위1% 만든 아빠의 별난 독서법 [오밥뉴스]

중앙일보

입력 2021.09.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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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부모들의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는 바로 ‘문해력(文解力·글을 풀어내는 힘)’입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을 넘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맥을 파악하고 응용하는 힘을 의미하는데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이 정작 교과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 배경으로 낮은 문해력이 꼽히곤 합니다.

결국, 문해력이 되어야 수학능력시험도, 학교 시험도 잘 볼 수 있다는 것이 요즘 부모 사이에 회자하는 얘긴데요. 오늘의 밥상머리 뉴스, 오밥뉴스에서는 김훈종 SBS 라디오 PD가 직접 실천하고 효과를 본 ‘아빠표 독서교육’을 전합니다.

아빠표 독서교육… 품격있는 ‘부자(父子) 관계 맺기’

김훈종 PD는 아이 손을 잡고 도서관에 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문해력 키우기 책을 냈다. 사진 김훈종 PD

김훈종 PD는 아이 손을 잡고 도서관에 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문해력 키우기 책을 냈다. 사진 김훈종 PD

어릴 적 서예학원에서 배운 한자로 신문(국한문혼용)을 읽으며 활자의 세계에 매료됐다는 김 PD는 공자의 『논어』, 사마천의 『사기』와 같은 고전을 인생의 책으로 꼽는 ‘독서가’입니다.

올해 16세가 된 아들을 키우며 도서관에서 놀아주기부터 수능 지문을 함께 읽고 요약해보기까지 아빠표 독서교육을 몸소 실천해왔는데요. 아들이 학교 토론 수업을 점점 즐거워하고 영재원에도 합격하면서 “아빠와 함께한 공부가 큰 도움이 되었다”는 말에 감동을 받아 다른 학부모들과 그 경험을 나누고자 책을 썼습니다. (『상위1% 아이가 하고 있는 서울대 아빠식 문해력 독서법』 김훈종·이재익 지음, 한빛비즈) 입시 도움을 받으려 책을 들었다가 아이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책을 덮었다는 평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19일 독서와 자녀교육에 대한 그의 진심 어린 경험을 전화 인터뷰를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영상시대에는 오히려 문해력이 더 중요하다고 했는데요.
영상을 재미있게 만들어내고 있는 유튜버, 크리에이터들이 영상만 잘 만들 거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반대였어요. 책도 열심히 읽고 공부도 열심히 해본 분들이 더 좋은 결과물을 내더라고요. 영상이라고 해서 영상만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 난센스예요. 텍스트를 읽고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이 없으면 영상을 만들 때도 한계가 있어요. 실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한 선배가 1년이란 긴 시간 동안 책을 읽고 준비하는 걸 봤어요. ‘얼른 나가서 촬영해야 하지 않나’ 그런 마음이 저는 들었는데, 나중에 좋은 기획으로 상 받는 걸 보면서 독서와 사유의 힘이 그 바탕이 되는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아이들은 만화책이나 학습만화도 참 많이 보는데요.  
일단은 학습만화든, 만화책이든 종이로 된 책을 아이들에게 권유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등 세상을 움직인 혁신가들이 어린 시절 스스로 독서광이라고 할 만큼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잖아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최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독서라는) 기반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해요. 요즘 아이들은 영상을 접하는 빈도는 높은데, 가장 필요하고 또 부족한 것이 독서인 것 같아요.  
꼭 종이책을 읽어야 할까요.  
그래도 종이책을 읽히는 편이 훨씬 독서 효과가 좋다고 생각해요. 요즘 온라인에서 접하는 텍스트들은 관련 정보가 하이퍼링크되어서 여러 방향으로 텍스트가 분산되거든요.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신문 기사를 읽다가 관련된 링크로 넘어가면 금세 다른 정보가 나와요. 그러다 보니 글을 읽다 멈추고 행간의 의미를 음미해보는 경험은 줄어드는 것 같아요.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는 면에서 종이책을 권해요.  
문해력을 키우면 입시에 도움이 된다고 하셨어요.  
100% 그렇다고 생각해요. 제가 어릴 땐 공공도서관이 (지금보다) 부족하다 보니 친구 집에서 주로 소설책을 빌려보곤 했어요. 그때 열심히 읽었던 경험이 도움됐어요. 저는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두 번째 세대인데요. 문제 속에 답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문해력이 중요한 시험이었어요. 특히 언어영역은 긴 지문을 빠르게 제대로 읽어내야 하는데, 저는 시간이 모자랐던 적이 없었어요. ‘따로 열심히 공부를 안 했는데 수능 언어영역 점수가 왜 이렇게 잘 나오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릴 때 읽었던 책들이 힘이 됐던 거 같아요.  
꼬박 1년 아들과 함께 공부했다는 김훈종 PD. 독서는 아이와 관계맺기의 좋은 출발점이라고 했다. 사진 김훈종 PD

꼬박 1년 아들과 함께 공부했다는 김훈종 PD. 독서는 아이와 관계맺기의 좋은 출발점이라고 했다. 사진 김훈종 PD

아들에게 직접 문해력 교육을 하셨는데, 어떠셨어요.  
아이가 중1부터 중2 여름방학까지 1년 넘게 같이 공부했어요. (교재 선택은) 제가 직접 책을 골라주기도 하고 독서 관련 월간지나 수능 문제집에서 일부 지문을 뽑아서 같이 읽어봤어요. 문제 풀이보다는 둘이 같이 읽고, 내용을 필사해보고 요약해보고 그런 과정을 밟았죠. 특히 도움이 됐던 건 요약이에요. 아이가 처음엔 첫 문단에서 한 문장, 두 번째 문단에서 한 문장 이런 식으로 물리적으로 요약해요. 1년 정도 지나고 나니 마지막 문단의 문장을 맨 처음에 가져오거나 순서 편집을 새롭게 하면서 화학적으로 소화를 시킨 후에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글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문해력이 정말 많이 늘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이걸 1년 이상 지속한 건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였나요.  
아이는 이과 성향이라 수학, 과학을 좋아했어요. (아이가 나중에 어떤 일을 하든) 중요한 건 스스로 사유하고 생각을 정리해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했어요. 과학자가 되더라도 결국은 연구비를 따내려면 발표를 통해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거잖아요. 문해력은 당장 입시도 그렇지만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그 부분에 자신이 있었고요.  
책을 읽고 요약해오라는 아빠 숙제를 아이가 잘 따를까요.  
지금 당장 책을 사다 주고 읽으라고 한다고 되지는 않을 거예요. 아이에게 독서 교육을 한다는 건 어찌 보면 (상상 속 동물인) ‘유니콘’ 같은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로 힘들었고요. 눈물, 고통, 땀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는 말이 독서 교육에도 정확하게 들어맞는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아이랑 정말 많이 놀아줬어요. 미취학 아동 때부터 아이가 원하는 대로 레슬링하고, 축구하고, 야구하고. (일하고) 피곤한데도 열심히 놀아줬다는 데서 저 자신에게 점수를 주고 싶어요. 그러면서 유대감이 쌓였어요.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 먹고 오더라도 공공도서관에 아이를 데리고 가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거기에 아이를 풀어놓으면 자연스럽게 잡지, 소설책, 만화책 등을 보다가 어느 순간 아이가 ‘이 책은 빌려 가고 싶다’ 하는 때가 오거든요. 그런 순간들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했어요.  
『상위1% 아이가 하고 있는 서울대 아빠식 문해력 독서법』, 한빛비즈.

『상위1% 아이가 하고 있는 서울대 아빠식 문해력 독서법』, 한빛비즈.

독서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와의 관계 맺기인 것 같네요.  
제가 일타강사도 아니고, 아이와 유대감이 없는 상황에서 같이 책 읽자는 거는 불가능해요. 짧게 보면 입시에 유용한 도구, 수단, 비법을 알려드리는 것일 수도 있고요. 거시적으로 보자면 내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을 하자는 거예요. 저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핏줄이면 서로 당기는 거지, 알아서 서로 사랑하는 거지’라는 말에 반대해요. 가족 관계조차도 노력 없이 그 관계가 건강하게 맺어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더 그렇죠. 아이들은 아직 미성숙한 상태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독서는 아이와 관계 맺기에 가장 좋은 수단, 품격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을 해요. 좋은 관계 맺기의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어요.  
고전을 좋아하는 아빠라고 하셨어요. 고전의 매력은 뭘까요.  
시간의 힘을 견딘 작품들이잖아요. 2000여 년이 긴 시간인 것 같지만, 인간의 유전자 변형 관점에서 보면 아주 짧은 시간이거든요. 공자가 살던 시대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가진 생각이나 관계 맺는 방식은 큰 차이가 없다는 말이에요. 그때도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시기하고 긍휼히 여겨 도움을 주기도 하며 살았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공자 사상의 핵심은 ‘서(恕)’라고 생각해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거죠. 인간은 서로 공감해야 한다는 말이 가장 와 닿아요. 항상 염두에 두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김훈종 PD가 꼽는 '문해력 키우기' 비법
①자신의 역량을 넘어서는 독서를 통해 머리 근육을 키워라.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건넸다. 마침 아이가 인간수명 연장에 관심을 가진 때였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끝까지 읽어낸 후 아이는 달라졌다. “풉. 이거야 금방 읽지. 『이기적 유전자』의 반도 안 되네”라며 자신감을 뽐낸다고.

②문해력을 높이려면 능동적 독서가 필수!
사교육의 수동적 독서로는 문해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보고 이해가 안 가는 개념은 교과서를 뒤적이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세계적 언어학자 메리언 울프에 따르면 문해력은 사피엔스가 이룩한 성취 가운데 가장 많은 노력을 요하는 ‘후천적 능력’이기 때문.

③읽고, 필사하고, 요약하라!
능동적 독서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요약하기’. 각 문단에서 한 줄씩 뽑아 정리하는 물리적 요약에서 시작하지만 1년 쯤 하다보면 각 문단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화학적 요약을 하는 아이의 놀라운 능력을 보게 된다. 요약은 중요한 정보를 걸러내는 힘을 길러주어 제한된 시간에 긴 지문을 읽어야 하는 수능 국어 훈련에 적합하다. 순서는 읽기-필사-요약-문제풀이 순. 전체 지문을 통독한 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정독하여 완벽히 이해한 후 필사를 시작한다. 다섯 줄 정도로 요약한 후 지문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아빠와 토론해본다. 필사, 요약, 토론 후에 문제풀이를 시킨다. 정답률이 높아지면 토론 전, 요약 전 등 거꾸로 단계를 줄여가며 문제풀이를 하게 한다.

※김훈종 SBS 라디오 PD는 〈하하의 텐텐클럽〉, 〈최화정의 파워타임〉 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거쳐 현재 〈허지웅쇼〉를 연출하고 있다. 공저자인 이재익 PD 등과 함께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팟캐스트 〈씨네타운나인틴〉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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