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 환자 생명 걸고 항복 요구 말고, 대화로 풀어라

의료 갈등이 해결될 기색이 없다. 24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단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찾아가 만나고, 한 위원장의 요청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의 ‘유연한 처리’와 ‘의·정 간 대화협의체 구성’을 지시하면서 실마리를 찾은 듯했다. 그런데 전의교협이 “의대 2000명 증원과 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정부와 대화하지 않겠다”라며 대화 제의를 거절하고, 집단 사표를 제출했다. 정부 대응을 앞장서 온 보건복지부 장·차관의 경질까지 요구했다. 정부에 항복을 요구한 셈이다.

대화를 건의한 한 위원장만 난처하게 됐다. 걸림돌은 더 있다. 의사단체의 단일 창구를 만들기가 어렵다. 단체마다 의견을 말하지만 어느 쪽도 위임할 생각이 없다. ‘증원 전면 철회’를 요구해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측은 전의교협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회장 선거 중인 의사협회는 더 강경하다. 1위로 결선에 오른 후보는 “오히려 정원을 줄여야 한다”고 하고, 경쟁 후보는 ‘원점 재검토’를 주장한다. 심지어 의대 증원에 정부보다 더 적극적이었던 민주당도 총선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며 견제하고 있다.

이 사태를 오래 끄는 것은 국민에게 피해가 간다. 모든 신문이 의·정 대화를 촉구했다. 미묘한 차이만 보였다. 중앙일보·조선일보·경향신문 등은 양측의 양보와 대화를 요구했다. 서울신문·세계일보는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절한 의사들을 나무라는데, 한겨레는 정부·여당이 총선에 이용하는 것을 경계하는데 무게를 실었다.

-Pick! 오늘의 시선

중앙일보 칼럼 | 고현곤 편집인

정부가 디테일을 건너뛰고 덜컥 2000명 증원을 강행하는 바람에 반발이 커졌다. 너무 만만하게 봤거나, 무리하게 밀어붙였거나. 4대 필수의료 패키지는 증원 발표 불과 닷새 전에 나왔다. 좀 더 일찍 마련해 시간을 갖고 의료계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