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 사과 없는 대통령…속이 후련하신가

사과는 없었다. 총선을 앞둔 최대 이슈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이다. 7일 저녁 KBS가 녹화 방영한 윤석열 대통령 대담에는 ‘명품백’도, ‘사과’도 없었다. 미국 사과(애플)와 한국 사과값이 비싸다는 이야기로 시작한 대담에서 국민은 대통령의 사과를 듣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기자회견보다 대담이 국정운영 방향이나 명품백 수수 의혹 같은 이슈의 본질을 설명하기가 낫다고 주장했다. 7일 대담을 보신 독자 여러분은 궁금증이 뻥 뚫리셨나?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낸 윤 대통령은 속이 후련하신가? 선거를 앞두고 전전긍긍한 여당 정치인들은 마음이 편해지셨나? 모두 고구마 먹은 속이 아닐까.

질문부터 ‘홍길동’이다. 명품백을 명품백이라고 부르지 못했다.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만 백’이라고 물었다. 김 여사의 고가 선물 수수나 국정 개입 발언이 아니라 ‘몰카를 숨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 부인에게 접근한 문제’를 물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도 한 위원장에 대한 평가로 에둘러 물었다. 윤 대통령 답변은 ‘몰카 정치공작’에 집중됐다. 사저에 있는 기간이어서 경호팀이 제대로 검증 못한 게 문제일 뿐이란 말로 들렸다. 작고한 장인과의 친분을 내세워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 인연 하나쯤 안 들고 오는 로비스트를 봤나.

‘몰카 공작’이라는 걸 누가 모르나. 그렇다고 명품백 수수가 피해로 둔갑하지도, 정당화되지도 않는다. 정부 관리의 뇌물을, 그 부인이 받으면 묵인할 건가. 단체장 부인이 “내가 나설 테니 사업 거리를 들고 오라”고 하면 용납할 건가. 국민에게 할 말이 그것뿐인가.

사과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뻔뻔하고 염치없음만 들키게 되고, 분노만 키운다. 그게 총선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보수건 진보건 모든 언론이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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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