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ZZLETTER]
퍼즐레터 7호 ㅣ 2022.09.13

오늘의 퍼즐 한 조각은 '달리기'입니다. 숨이 찰 정도로 달려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시나요? 살 빼기에 최고라는 감언이설에도 넘어가지 않았는데 달리기 덕분에 삶에 배짱이 생겼다니, 2022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주춤해지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달려보고 싶어집니다. 최창연 작가가 좁은 공간에 갇힌 삶에 통로가 되어준 달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좁은 공간에 갇힌 삶에 배짱 심어준 이 운동
by 최창연 그림작가·물리치료사

“원룸에서 살면 불편하지 않아?”

이런 질문을 종종 듣는다. 사실 아쉬울 때는 있다. 삼겹살 구워 먹고 싶은데 행거에 걸린 옷에 냄새가 밸까 걱정될 때나, 좋아하는 그림을 걸고 싶은데 벽에 못을 박는 것이 눈치 보일 때, 두툼한 소파를 사고 싶은데 공간이 여의치 않을 때 아쉽다. 하지만 불편하긴 해도, 불만족스럽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가볍고, 자유로운 마음이 더 크니까.

그런데 이런 마음이 최근에 바뀌는 일들이 있었다. 신혼집 집들이를 가서 에어컨이 나오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 조립식 가구가 아니라 원목 가구로 조화롭게 꾸며 놓은 방을 볼 때, 부드럽게 열리는 창틀과 깔끔한 마감, 화장실이 두 개 있는 집을 볼 때 부러웠다.

그런 집을 다녀온 날이면, 한밤중에 잠에서 깨는 날이 많았다. 한참 침대에 앉아서 언제쯤 그런 곳에서 살 수 있을까 가늠해 보곤 했는데, 나의 연봉에서 몇 년을 곱해도 아주 먼일이었다. 너무 멀어 영원히 오지 않을 것처럼 막막했다.

지금의 공간이 나에게 충분하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좁은 공간을 핑계로 친구를 불러 대접하는 일도 꺼리게 되고, 식탁에 그림 도구를 꺼내기 귀찮아 좋아하는 그림도 잘 그리지 않았다. 자유롭게 살기 위해 선택한 공간에서 점점 나의 반경이 좁아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한동안 유행하던 ‘소확행(작고 확실한 행복)’이라는 단어가 불편해진 것도 그즈음이다. 행복은 크기와 상관없다지만, 왜 나의 행복은 늘 작고 소박할까? 바람들을 접고 접고 접다 보면 아예 보이지도 않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러던 중에 6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문득 숨이 찰 정도로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처음부터 오래 달리는 것은 힘들어서 ‘런데이(runday)’라는 앱을 이용해 인터벌 러닝을 시작했다. 첫날에는 빠르게 1분 뛰고 천천히 2분을 걷기를 5번 반복했다. 1주일마다 뛰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 지금은 20분 정도 뛸 수 있다. 첫날 1km를 뛰고도 숨이 차던 내가 이제는 4km 정도는 거뜬히 뛸 수 있게 되었다.

앱을 켜고 달리면 성우의 목소리가 나온다. 어떤 날에는 러닝화나 복장에 대해, 어떤 날에는 달리기 자세에 대해 설명해 준다. 중간중간 지칠 법한 순간에는 주의점이나 동기부여의 말이 나온다. 미리 녹음된 목소리일 뿐인데도 이 성우의 말이 꽤나 위로가 되는 순간들이 있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달리세요! 걷는 것보다도 느리더라도 계속 뛰세요! 빨리 걷는 것보다, 느리더라도 뛰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느리더라도 뛰는 자세를 유지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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