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가마우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철새가 텃새가 된 가마우지 … 요즘 정치판이 연상됩니다

가마우지를 종종 봅니다. 한강에서, 한강 지류 하천에서 마주칩니다. 지난해에 새만금호에 갔을 때는 100마리 넘게 떼 지어 있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골프장 연못에도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목격 빈도가 점점 늘어납니다. 덩치가 크고 시커먼 데다 얼굴이 못되게 생겨(제 주관적 느낌입니다) 반갑지가 않습니다.

사흘 전 SBS 뉴스에는 저어새의 번식지인 인천 송도의 한 유수지를 가마우지가 점령해 문제가 되고 있다는 리포트가 있었습니다. 저어새는 전 세계에 약 6000마리가 있는 멸종위기 1급 동물이자 천연기념물이고 그중 10%가량이 봄에 한국에 와서 번식하는데, 대표적인 서식지를 가마우지 떼가 차지하는 바람에 개체 수가 더욱 줄게 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가 강ㆍ호수ㆍ저수지에서 보는 가마우지는 ‘민물가마우지’라고 불립니다.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한국으로 왔다가 봄에 고위도 지역으로 돌아가는 철새 가마우지가 토착화된 것입니다. 잠시 머물다가 떠나야 했을 새가 정착한 것입니다. 기록을 보면 가마우지의 텃새화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것은 2003년입니다. 이후 텃새 가마우지가 점점 많아져 현재는 적게는 3만 마리, 많게는 5만 마리가 사시사철 한국에 사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텃새화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기후 변화 때문에 본 서식지인 시베리아나 만주의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라는 설이 있고, 한국에서 하천 정비 작업이 이뤄져 가마우지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조류 전문가들도 정확히 이유를 아는 것 같지 않습니다.

텃새 가마우지 수가 불어나면서 여러 문제가 생겼습니다. 양식장 물고기를 마구 잡아먹고, 강과 개천에서 포식자로 군림하며 기존 생태 질서를 무너뜨립니다. 강한 산성의 배설물 때문에 가마우지 집단 서식지의 나무들이 고사하기도 합니다. 가마우지의 천적은 독수리 등의 맹금류인데, 개체 수가 많지 않아 가마우지 수 조절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최근 수년간 전국 각지에서 가마우지에 의한 피해가 잇달았습니다. 내수면 어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호소도 있었습니다. 그 결과로 지난해 12월 정부는 가마우지를 유해동물로 지정했습니다. 합법적 포획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그렇긴 한데, 아직 포획 작업이 이뤄지진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