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과일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사과 먹기 힘든 나라 됐는데, 수입은 정말 위험한가요?

며칠 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잠시 사과값이 대화 소재가 됐습니다. 동료 기자가 백화점 식품 매장에서 사과 한 개 가격이 1만3000원인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습니다. 사과값이 많이 오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요즘 마트에서 중간 크기 사과가 개당 5000원가량에 판매되는데, 백화점에서 파는 크고 좋은 것은 1만원이 넘나 봅니다.

어제 공개된 정부의 지난달 물가 통계를 보니 사과값이 지난해 2월보다 71%가 오른 것으로 나왔습니다. 사과만 먹기 힘들어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배는 61%가 뛰었고, 귤 78%, 복숭아 63%, 감 56% …. 무섭게 올랐습니다. 일각에서는 설이 지난해에는 1월에 있었는데 올해는 2월에 있었기에 지난달 기준 과일 물가가 많이 상승한 것으로 집계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요즘 국내산 과일값을 보면 옳은 말 같지가 않습니다.

사과값이 이렇게 오른 것은 이상 기후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봄에 사과꽃이 일찍 피어 서리를 맞았고, 여름에는 날씨가 폭우와 무더위 사이를 널뛰는 바람에 사과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사과 생산이 약 30% 감소했다고 하고, 농가에서는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합니다.

‘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 학교에서 배운 미국 속담입니다. 하루에 사과 한 알을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게 된다는데, ‘하루에 사과 하나’가 매우 어려운 일이 됐습니다. 3, 4인 가족 기준으로 한 달에 수십만원이 듭니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사과값이 가장 비싼 나라가 됐습니다. 일시적 현상으로 끝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이상한 날씨가 올해도, 내년에도 반복될 수 있습니다. 먹거리 문제를 하늘에만 맡기고 살 수는 없습니다.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수입입니다. 현재 사과는 한 알도 수입되지 않습니다. 팔겠다는 나라는 줄을 서 있는데(현재 11개국입니다), 통관 절차가 까다롭고 엄격해 대기 상태입니다. 사과에 과실파리 등의 유해충이 딸려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유럽의 마트에는 다른 대륙에서 온 사과가 잔뜩 있습니다. 우리만 유독 높은 벽을 세우고 산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