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서비스 구독자 여러분. 매주 월, 수요일 아침 뉴스 내비게이션 레터 서비스를 통해 주요 시사 현안을 정리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가짜 뉴스' 문제를 조명했습니다.


남발되는 ‘가짜 뉴스’ 낙인 … 이 말 꼭 써야 하나요? 

13일 자 뉴욕타임스(NYT) 1면에 ‘검열 공포 속에서 ‘가짜 뉴스’를 표적으로 삼은 한국 정부’(Seoul targets ‘fake news’ amid fears of censorship)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제목 그대로 윤석열 정부가 ‘가짜 뉴스’를 공격하고 있고, 한국에서 검열에 대한 두려움이 커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를 쓴 기자는 한국 정부 측의 발표 또는 관련 학자의 코멘트에서는 가짜 뉴스(fake news)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그 용어를 쓰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가짜 뉴스라고 부르는 거짓 정보에 대해서는 ‘disinformation’이라는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fake news가 올바른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이 같은 간접적 방식으로 주장했습니다.

disinformation을 직역하면 역(逆)정보입니다. 요즘 한국의 학계와 언론계에서는 ‘허위 조작 정보’로 번역합니다. NYT는 왜 말하기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fake news라는 표현 대신에 알 듯 말 듯한 disinformation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일까요?

최근 한국을 방문한 NYT 발행인 아서 설츠버거 주니어의 말에 힌트가 있습니다. “나는 fake news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것은 매우 음험한(insidious)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fake news, 국민의 적(enemy of the people) 등의 표현은 나치 독일, 스탈린의 소련 등 인류 역사의 끔찍한 순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용어들은 독재자들이 독립적인 언론을 제거하고 나라를 통제하는 데 쓰였다.” 설츠버거 회장이 지난 달 서울대에서 한 강연의 일부입니다. 가짜 뉴스라는 말을 쓰는 것이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13일 자 1면 기사에서도 인용 상황이 아닌 자체적인 표현에는 fake news라는 말을 전혀 쓰지 않을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