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주말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줄 뉴스레터 서비스 ‘문화 비타민’입니다. 매주 금요일 음악ㆍ방송ㆍ영화ㆍ문학ㆍ미술 등 각 분야를 담당하는 중앙일보 문화팀 기자들이 놓치면 아쉬울 문화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주는 영화ㆍOTT 담당하는 권근영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아바타’ 너머, 3D 영화가 갈 수 있는 길…

빔 벤더스가 그린 안젤름 키퍼는?

“사실 이건 영화가 아니에요. 실제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걱정 마세요. 안 아파요(웃음).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예술가인 안젤름 키퍼의 세계로 안내하겠습니다.”

'빔 벤더스: 안젤름 3D'의 한 장면 ⓒ2023, Road Movies

6일 오전 9시 반, 부산 해운대구 CGV센텀시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빔 벤더스의 안젤름 3D’ 첫 상영에 앞서 벤더스(78) 감독이 부산의 관객들에게 영상 인사를 건넸습니다. 이어 칸 영화제 특별상영작이라는 안내문과 함께 어둠 속에서 파도소리, 여자의 노랫소리,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옵니다.

대형 캔버스 불사르는 액션물, 장구한 역사에 맞선 대서사 

숲 속 언덕, 호수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흰 드레스 모양 석고 오브제가 놓였습니다. 3D 안경을 쓴 관객들 눈앞에 나무나 드레스가 있는 듯 입체적인 화면이 펼쳐집니다. 장소는 이내 여러 벌의 석고 드레스가 놓인 유리 전시장으로 바뀝니다. 종이, 철판, 유리등, 철조망, 혹은 책을 이고 있는 드레스들의 무도회입니다. 각각 역사 속 여성 인물들을 상징합니다. 손자들을 황제로 옹립하기도, 살해하기도 하며 로마를 좌지우지한 무서운 할머니 율리아 마이사, 그리스 시인 사포 등입니다. 

 파리 외곽 크루아시에 있는 안젤름 키퍼(78)의 아틀리에는 공장 도시를 방불케 합니다. 자전거로 커다란 창고 안을 누비고 다니며 제 몸보다 훨씬 큰 작품들을 관리하는 사람이 키퍼입니다. 캔버스에 붙여둔 양치식물이 잘 자라고 있는지, 비행기 날개 잔해의 부식 정도는 어떤지 확인합니다. 물류창고처럼 서랍마다 종이ㆍ사진ㆍ나뭇가지ㆍ천 등 그가 회화에 직접 붙이는 재료들도 쌓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