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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목요 팩플' 인터뷰입니다.
혹시, 유튜브나 SNS 피드에서 '무한동력 구슬멍' 얘기 본 적 있으세요? 불멍도 아니고 구슬멍이라니... 끝도 없이 계속 돌고 도는 구슬멍 재미를 구현한 영상이 크게 화제가 됐었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보니, 2~3년 전 괴짜 공대생들의 미디어로 이름 날린 긱블이더라구요. 그래서 긱블의 근황을 팩플이 한번 들어보기로 했어요.

긱(geek)한 사람들과도 잘 통하는? 잘 어울리는? 김정민 기자긱블 박찬후 대표를 만나고 왔습니다. 긱블의 영상을 보다보면 '과학이, 수학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냐', '왜 내가 학교 다닐 때 이런 영상 없었던 거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는데요. 실험실 밖으로 나온 공대생들의 미디어 긱블 스토리, 한 번 들어보시죠.

2021.11.18 #169
Today's Interview
무한동력, 그걸 만들었다고?
이해진 pick 괴짜 공작소 ‘긱블’
실사판 아이언맨 장갑, 치킨 발사기, 감자칩 꺼내주는 기계, 장난감 RC카와 연동되는 오락실 운전 게임기, 세상에서 가장 비효율적으로 캔 따는 기계….‘이게 되네’ 싶은 물건들을 뚝딱 만들어내는 공방이 있다. 구독자 78만명을 끌어모은, 재기발랄한 괴짜들이 만든 미디어 ‘긱블(Geekble)’이다.

긱블은 과학과 공학의 재미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연구실을 뛰쳐나온 공대생들이 2017년 세운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5년간 300여편의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다. 평균 조회수는 43만회. 스스로는 “저희는 쓸모없는 작품만 만듭니다. 쓸모있는 물건은 이마트에서 찾으시는 게 좋습니다”라고 소개한다. 10분 내외의 영상엔 ‘이게 될까’ 싶은 소재 선정부터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하드웨어 제작 과정이 빼곡히 담긴다.
2020년 말 시리즈A 투자 유치 후 긱블 팀원 단체사진. 오른쪽 세번째가 박찬후 대표다. 현재는 26명이 근무한다. 사진 긱블
반응은 뜨겁다. 매 영상마다 “진짜 뻘짓 같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들이다ㅋㅋ”, “이과가 건전하게 미쳤을 때 일어나는 일”, “나 뼈문과인데 공학 배우러 대학 다시 가고 싶다”, “노예인데 천재인 현실판 장영실”, “이런 순수한 열정이 인간을 달에 갈 수 있게 했다” 같은 댓글이 달린다.

지난 9일 서울 성수동의 긱블 사무실을 찾았다. 4층짜리 ‘성수동 공업소(긱블 팀원들이 부르는 회사명)’를 둘러보며 박찬후 대표를 인터뷰했다. 나이를 물으니 “저희 팀이 사석에서도 서로 나이나 학교는 안 밝혀서요(학교는 영상에 나온다). 일할 때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끝내 밝히지 않았다’고 써주시면 안될까요”란 정중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끝내 나이를 밝히지 않았다.

‘메이커 스페이스’로 불리는 1층은 긱블 멤버들이 ‘쓸모없는 작품’을 만드는 공간이다. 기계공학 존(zone), 전자공학 존, 아트 존이 성글게 나뉘어있다. 구석엔 페인트칠이나 납땜을 할 수 있는 부스와, 온갖 종류의 나사가 들어찬 커다란 아크릴 수납장이 자리한다. 수납장 옆엔 웬 방화 셔터가 있었는데, 자동차나 탱크(!)가 드나들 수 있는 문이라고 했다.
1층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금붕어 풍선이 기자를 반겼다. 임경식 구필 화가(장애로 인해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작품 ‘꿈을 꾸다’에 등장하는 금붕어를 현실로 꺼낸, 포스코와 협업 중인 작품이다. 김정민 기자
왜 이런 회사를 차렸나.
“창업은 ‘할지 말지’보다는 ‘언제 할지’ 고민하던 것이었고, 나는 과학을 사랑하던 꼬마였다. 어릴 때부터 ‘해외엔 BBC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공학·과학 마니아를 위한 채널이 있는데, 왜 국내엔 없을까’란 생각을 자주 했다. 그게 창업으로 이어졌다.”

긱블은 무슨 뜻인가.
“‘괴짜(geek)’와 ‘할 수 있다(albe)’를 합쳐서 만든 말이다. 괴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로고도 노벨상을 타러가던 ‘아인슈타인의 혀’에서 착안했다.”

메이커 스페이스의 한쪽 벽엔 망치, 스패너, 대형 컴퍼스 같은 공구들과 그동안 긱블이 만든 작품들이 걸려있었다. 영상에서 봤던 ‘불 뿜는 타노스 장갑(2018년 제작)’이 눈에 띄었다(긱블은 이 타노스 장갑을 소시지 구워먹는 데 썼다). 박 대표는 천장에 매달린 에어호스 릴을 주욱 당겨 내리며 “공대생들의 이런 로망이 잔뜩 담긴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천장에서 에어호스 릴을 내리며 “이런 게 은근 공대생들의 로망”이라며 신나하는 박 대표. 옆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는 사람이 김정민 기자다. 사진 긱블
긱블은 뭘 하고 싶은 건가.
“과학·공학의 재미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 10년 전만 해도 ‘과학 대중화’라는 씬이 없었다. 과학자, 연구자들이 대중 강연 같은 델 나가면 ‘연구는 안 하고 인기 장사한다’는 부정적 시선이 따라붙었다. 열심히 연구해서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지식을 재밌게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나.
“사실 창업 1년차엔 ‘우리가 주목받아도 될까’ 고민하느라 괴로웠다. 축구 제일 잘하는 사람, 노래 제일 잘하는 사람이 가장 큰 무대에서 박수받아야 하듯 우리 말고 저명한 학자들이 주목받아야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분들이 우릴 보더니 열심히 해보라고 격려해주셔서 용기가 생겼다. 과학·공학에 전혀 관심 없던 사람들이 우리 영상을 보고 ‘나는 과학을 싫어했는데 배워보고 싶다’ 할 때 너무 뿌듯하다.”
괴짜 같은 작품만 만드나.
“인간의 순수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의미있는 실험도 많이 한다. ‘타원의 수학적 성질을 이용해서 당구치기’, ‘떨어지는 물방울 멈추기’, ‘건전지 3000개로 테슬라 충전하기’, ‘아이슬란드의 눈을 녹이지 않고 한국으로 가져오기’ 같은 것들. 실패할 때도 많지만 그 과정을 전부 공개하고, 나름의 교훈을 전달한다.”

쓸모있는 작품도 많던데.
“맞다. 루게릭병 투병 중인 아버님을 위한 눈동자 인식 장치, 집 앞에 휴전선이 생겨 70년간 가족을 못 만난 할머님이 고향을 떠올리실 수 있는 ‘꽃 오르골’ 같은. 쓸모없었던 도전은 없었다. 단 한 번도.”
이들의 ‘쓸모있는 도전’엔 정부와 기업의 관심이 모인다. 테슬라·퀄컴, 삼성전자·SK텔레콤·넥슨 등 국내외 유력 기업들이 긱블에 브랜디드 콘텐츠를 의뢰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긱블을 2018년 우수과학문화상품으로 선정했다. 코로나19 전엔 한국과학창의재단·서울시 등과 함께 전시도 개최했다.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약 28억원. 네이버, 소풍벤처스, 포스텍홀딩스 등이 투자했다.

멤버 구성이 어떻게 되나.
“26명이 꾸려나가고 있다. 이과와 비이과 비율은 1:1이다. 시작은 공학도들끼리 했지만 후에 미술, 영상 제작 인력을 충원해서 예대와 문과 출신들도 많아졌다.”

네이버가 투자했다.
“2017년에 네이버에서 5억원, 메디아티(현재 소풍벤처스와 합병)·옐로우독·네이버가 공동 설립한 신기술펀드 ‘소란’에서 3억원을 받았는데 네이버가 한창 네이버TV를 키워보려던 때였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필요해서 우리한테 투자했었는데, 이해진 GIO가 보고 좋아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앞으로도 관계를 잘 이어가고 싶다.”
서울 성수동 긱블 건물 2층에 위치한 3D 프린팅 팜. 100대의 3D 프린터가 있다. 사진 긱블
인터뷰를 계속하며 2층의 3D 프린팅 팜으로 이동했다. 후끈한 공기가 훅 밀려왔다. 100대 중 여섯 대의 3D 프린터가 돌아가고 있었다. 한 대당 불량률은 1% 남짓. 어른 손바닥 2개 만한 조형물을 뽑는 데 10시간쯤 걸린단다. 소재는 PLA라는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을 쓴다.

긱블은 2023년까지 3D 프린터를 1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지금의 개인용 소형 프린터 대신, 클라우드로 연동되는 양산용 대형 프린터를 직접 개발할 생각이라고. ‘뭐든 만들어내는’ 기업다웠다.

돈은 어떻게 버나. 유튜브 수익?
“유튜브 조회 수익은 연간 1억 3000만원이다. 전체 매출의 약 10%다. 브랜디드 콘텐츠(광고)도 자주 제작한다. 광고 수익은 건당 2200만원 정도다. 지금 주력하는 건 커머스 사업이다.”

커머스 매출이 얼마나 나오나.
“영상 속 신기한 실험이 집으로 배달된다는 컨셉으로 키트를 제작하고 있다. 두 달 전 올린 ‘무한동력 구슬멍(무한히 움직이는 구슬을 보며 멍 때림)’ 영상이 이틀 만에 조회수 100만, 누적 600만회로 대박이 났다. 이걸 키트로 제작 중인데 일주일 만에 1억 4000만원 어치 팔렸다. ‘프링글스 리프터’는 딱 2시간만 팔았는데, 172개가 팔려 1000만원을 벌었다.”
커머스는 최근에 시작한 것 같던데.
“올해 5월 긱블샵을 선보였다. 5개월 만에 1만 5000명이 가입했다. 가입자 중 30% 이상이 결제했다. 커머스를 시작하고 회사가 많이 안정됐다. 콘텐츠는 늘 새롭고 재밌지만 뭐가 터질지 모르는데, 커머스는 ‘가입전환율, 구매전환율이 이 정도면 괜찮다, 아니다’란 명확한 공식과 방법론이 있어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

주로 누가 사나.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 자녀를 둔 밀레니얼 세대 부모님들이 구매한다. 우리 구독자층도 MZ세대 남성이 주력이다.”

콘텐츠 기반의 커머스 기업이 되려는 건가.
“정확히는 에듀테인먼트까지다. 6학년 때 가지고 놀던 건 중1이 되면 재미가 없어지는 법이다. 우리는 한 달에 키트 3개도 거뜬히 찍어낼 수 있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알파세대용 과학상자’를 만들 생각이다. 키트에 동봉할 교육 영상을 찍어줄 만한 교사 네트워크를 계속 쌓고 있다.”

기존 완구업체들이 있는 시장 아닌가.
“출판사 동아사이언스나 코딩 로봇 키트 제작사 럭스로보가 비슷한 포지션인데, 오리지널 공학 콘텐츠라는 IP를 바탕으로 상품을 만드는 곳은 우리 뿐이다. 지금은 B2C 모델이지만 2~3년 뒤에는 기업 행사나 학교 수업에 쓸 수 있는 B2B, B2G 모델로 확장할 생각이다. 시장 규모는 한국 20조원 이상, 글로벌 200조원 이상으로 본다.”

롤모델이 있나.
레고다. 오랜 시간 아이와 어른에게 모두 사랑받는 브랜드란 점이 대단하다. 플라스틱 양산 시대에 레고가 탄생했다면, 디지털 콘텐츠 시대엔 긱블이란 브랜드가 탄생한 게 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3층은 팀원들이 업무를 보는 공간이다. 회의실과 컴퓨터 책상이 있는 일반 사무실과 다르지 않다. 특이한 건 4층. ‘긱바(Geek bar)’로 이름 붙은 이 공간엔 드럼과 기타 같은 악기들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팀원들이 직접 담근 과일주도 진열돼 있다. 책장과 소파, 수면실이 있고 천장엔 긱블의 역대 작품들이 매달려 있다. 창 밖으로는 외로이 서있는 피아노와 바베큐 그릴이 보인다.

휴게 공간이 인상적이다.
“조직 체계가 바퀴라면 조직 문화는 그 바퀴를 잘 굴려주는 기름이라고 생각한다. 1층에 이어 4층이 우리 조직 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팀원들의 다양성을 다 포괄하는 곳이다.”
멤버들이 영상에서 ‘Geekble never walk alone(긱블은 혼자 일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것도 조직문화의 일환인가. 심지어 줄여서 ‘근와(GNWA)’라고 하던데.
“아, 이건 리버풀 FC의 ‘Liverpool never walk alone’에서 따온 거다(웃음). 멤버들이 유독 외롭고 지쳤던 시기가 있었는데, 혼자 내버려두지 말자는 의미에서 만든 말이다. 작지만 이런 말을 붙이는 게 조직문화의 밑바닥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5년 내에 글로벌 과학·공학 콘텐츠 기업이 되고자 한다. <슈퍼스타K>나 <쇼미더머니> 같은 과학 오디션, <빅뱅 이론> 같은 시트콤이나 영화를 만들고 싶다. 아직 한국에서 대박난 게 없을 뿐, 콘텐츠로서 과학·공학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인간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하고,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걸 만들어내는 과정을 멋지다고 느끼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긱블이 선물해준 팩플의 3D 로고. “20cm 정도의 작은 사이즈면 된다”고 했지만 긱블의 스케일은 그렇게 작지 않았다. 가로 1.5m, 무게 10kg짜리 설치미술 작품이 왔다.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건물의 팩플팀 자리에 고이 모셔두었다. 김정민 기자

오늘 긱블 박찬후 대표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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