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술관 다니시는 분 많죠. 저는 왠지 모르게 어렵게 느껴져 가기 전에 공부해야할 것 같고 망설이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예술 애호가들은 말하죠. 밥 먹으러 가는 길, 친구 만나러 가는 골목길, 심지어 업무를 위해 이동하는 도중에도 예술을 느낄 수 있다고요.

이번 브랜드 소개팅은 여전히 핫한 성수동에서 새로운 공공 예술 프로젝트가 열렸다고 해서 다녀왔어요. 그것도 오피스와 쇼핑몰이 즐비한 상업 공간을 도화지로 삼았다고 하는데요. 함께 떠나보시죠.


지하철 출구에 예술 작품이?

지난 13일 주말 오후 지하철은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출근길처럼 붐볐어요. 자리는 쉽게 나지 않고, 두꺼운 외투 사이로 땀이 삐질삐질 날 때쯤 서울숲역에 내렸습니다.

‘그냥 집에서 쉴 걸 그랬나’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찰나, 지하철역 지하 벽면에 멋진 양복 입은 토끼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순식간에 새로운 공간으로 가는 느낌이었죠.

알고보니 섬세한 표현력과 빈티지한 색감으로 주목받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최환욱 작가가 그린 작품이었어요. 제목은 ‘안내자 토끼의 마법봉’. 고달픈 K 직장인에게 “그래도 주말이잖아 “라고, “힘내”라며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최환욱 작가와 협업한 일러스트, 왼쪽 ‘안내자 토끼의 마법봉’과 ‘행복한 시간에 멈춘 시계’, 오른쪽 ‘여우 연인’. 사진 DL그룹

디타워 서울 포레스트 지하 식당가로 향하는 아케이드 벽면에 ‘안내자 토끼의 마법봉’을 시작으로 최환욱 작가와 협업한 일러스트들이 영상으로 재생된다.사진 DL그룹


공공미술 프로젝트 ‘DL 스트리트 뮤지엄’

수인분당선 서울숲역과 연결돼 있는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성수동의 대표적인 복합 주상복합건물입니다.

동쪽에는 아파트와 함께 지어진 오피스 용도의 지하 7층, 지상 33층 규모의 '디타워 서울포레스트(D TOWER Seoul Forest)'가 있는데요.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유명 기업들이 입주해 있고 트렌디한 맛집들도 많이 들어와 있어요

이 자본주의 상징같은 곳에 생각지도 못한 예술 작품이 곳곳에 등장한 건데요. 바로 DL 그룹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DL 스트리트 뮤지엄’ 입니다.

첫 시즌의 주제는 ‘One Magical Day :어느 놀라운 겨울의 비밀’로, ‘겨울의 한 가운데에서 일어나는 마법 같은 하루’를 메인 테마로 잡고 디타워 서울포레스트 지하 2층부터 지상층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 일러스트, 샹들리에와 꽃 오브제 등의 다양한 아트워크를 선보이고 있었어요.

지상층에서 M1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홀에 놓인 샹들리에와 꽃 오브제. 사진 DL그룹

지상층에서 M1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홀에 놓인 샹들리에와 꽃 오브제. 사진 DL그룹

디타워 서울 포레스트 지하에 전시된 오브제. 사진 DL그룹

건물 천장 가득 차운 꽃 샹들리에는 감탄이 절로 나왔는데요. 보통 길을 걸을 때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는 일은 흔치 않잖아요. 화려한 조형물을 올려다 보니 바쁜 일상에 길들여진 빠른 걸음이 저절로 느려지더라고요.

크고 작은 꽃길을 따라 지상의 야외 공간으로 나가보니 바닥에 비스듬히 놓여진 대형 샹들리에와 사슴 등 라이팅 오브제들이 자리하고 있었어요. 마치 전시장에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찰나의 예술이 만든 일상의 마법

지상 야외 공간의 대형 샹들리에 라이팅 오브제. 사진 DL그룹

이 아이디어는 누구의 작품인가 궁금했는데, DL그룹의 작품이었어요. 성수동을 대표하는 건물 잘 지었으면 됐지, 굳이 이런 프로젝트를 왜 하냐고요?

DL그룹 프로젝트 담당자는 “익숙하고 평범한 일상속에서 뜻밖의 예술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해요. 사람들이 예술을 가장 우연히 만나고, 그 여운을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이 어딜까 고민한 끝에 찾은 곳이 바로 디타워 서울 포레스트였습니다.

“디타워 서울 포레스트는 주변에 서울숲뿐만 아니라 주거, 오피스, 상업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고 지하철과도 연결돼 있어 접근성이 좋아요. 단순 방문객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부터 출퇴근하는 직장인,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 서울숲이나 성수동의 맛집∙핫플레이스를 찾아온 관광객까지 아우를 수 있어 공공예술을 펼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판단했습니다.”

로젝트로 예술이 멀리 있거나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전시장을 찾고 작품을 공부하며 예술을 즐기는 것도 물론 좋지만요. 하루 24시간 중 스쳐 보낼 수도 있는 찰나의 순간에, 단 몇 분이라도 예술로 인해 즐거움을 느끼게 됐음 좋겠어요.”

실제 DL 스트리트 뮤지엄의 작품들은 어렵지 않아요. 큐레이터의 설명은커녕 작품해설집도 없지만, 사람들은 이곳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아주 잠시라도 예술을 경험하고 있었어요.

한 남자는 지인을 기다리며 휴대폰 대신 일러스트 영상을 보고 있었고, 맛집에 줄섰던 20대 커플은 꽃 오브제를 포토존 삼아 셀피를 찍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작지만 새로운 자극에 의해 사람들이 움직이는 광경을 구경(?)했고요.

아무 색깔 없었던 평범한 공간이 예술 작품 몇개로 공기 자체가 달라졌다는 게 신기했어요. 땅만 보고 걸었던 사람들이 시선을 위아래로 움직이고, 잠시 쉬는 동안에도 무언가 검색하기 바쁜 현대인들을 잠깐이라도 쉬게 만드는 건 프로젝트 이름 그대로 마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설, 석유화학 그리고 예술의 공통점

DL그룹은 우리에게 대림으로 익숙한 회사예요. 회사는 지난 2021년에 창립 82주년을 맞아서 그룹이름을 DL로 바꿨어요.

국내 대표 건설·석유화학 전문기업으로 에너지, 제조, 레저 등 다양한 사업은 진행하는 것은 물론 예술과 교육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제조기반 기업에게 공공 예술 프로젝트는 어울리지 않다고요?

DL그룹 담당자는 “회사가 이룬 주요 업적인 건설, 석유, 화학의 공통점은 ‘세상의 기본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로 도시와 도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라며 “예술 역시 세상을 이루는 기본 요소이기에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도화지에 예술을 더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DL그룹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도 있겠죠. 실제 전시물 사이에 그룹 로고가 어우러져 있었어요. 내 일상에 소소한 추억을 만들어준 브랜드는 대중에게 긍정적으로 각인되겠죠.

스트리트 뮤지엄은 디타워 서울포레스트에서 매년 봄과 겨울 진행된다고 해요. 첫번째 시즌은 3월 3일까지 계속된다고 합니다. DL그룹의 공공 미술 프로젝트가 앞으로 성수동을 또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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