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아빠 되고 싶다” 그런 남자가 더 외로운 까닭

  • 카드 발행 일시2024.05.20

아이가 생일 선물로 4만9000원짜리 신발을 사달라고 했는데, 아빠는 15만원짜리 유명 브랜드 신발을 사 옵니다. 이 아빠는 아이와 친할까요?

“아이와 친한 아빠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목사이자 상담학자인 조영진 서울장신대 교수는 이렇게 되물었다. 아이를 위해 쇼핑을 가고, 유명 브랜드를 살 정도로 마음을 쓰는 아빠라면 아이와 친하지 않을까? 하지만 조 교수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작 아이는 입고 싶은 옷을 받지 못했는데, 좋아하겠느냐”는 것이다.

박정민 디자이너

박정민 디자이너

『아빠 반성문』의 저자이기도 한 조 교수는 아빠를 주로 상담하는 상담가다. 그를 찾아오는 아빠는 바로 이런 아빠들이다. 아이가 원하는 4만9000원짜리 대신 15만원짜리 브랜드 옷을 사주는 아빠 말이다. 그래서 억울하다. “할 만큼 하는데, 내 마음을 몰라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를 찾아온 아빠들은 헌신적이었다. 밤낮으로 일하면서도, 가사와 육아에 성심껏 참여했다. 그런데 정작 가족들은 냉랭했다. 그는 “문제는 일방향적인 소통 방식”이라고 말했다. 소통이 아니라 불통(不通)이라는 얘기다.

아빠들이 가족과 소통하지 못하고, 일방향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이유는 뭘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3일 조 교수를 만나 물었다.

Intro. 정말 좋은 아빠일까?
Part1. 불통(不通) 아빠의 비밀
Part2. 버럭 하는 아빠를 들여다보다
Part3. 아빠의 침묵은 폭력이다

🦸‍♂️ 불통(不通) 아빠의 비밀

조 교수는 “이 시대 상당수 아빠들이 소통에 문제를 겪는 건 가부장제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아버지가 강력한 주도권을 갖는 가정에서 자라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의 요구에 상관없이 정작 자기 생각대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건 그래서다. 그는 “아이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고, 그런 존중을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아빠들은 과거의 아버지와는 달라요. 아이 의견을 존중하죠. 
아이의 말을 듣기는 합니다. 그런데 정작 수용하진 않아요. 그런 예는 비일비재합니다. 외식을 갔어요. 아이에게 메뉴 선택권을 줍니다. 아이가 햄버거를 골라요. 그러자 아빠의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묻죠. “날도 더운데, 냉면은 어때?” 답을 정해놓고 아이의 의견을 물은 겁니다. 아이의 생각을 들어주는 척하지만 결국 자기 생각을 강요합니다. 문제는 아이 말을 듣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소통이 단절된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