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번외’ 편으로 길을 튼다. 이길여 총장의 주변인들을 만나던 중,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해서다. 주인공은 이 총장의 서울대 후배이자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강단에 서는 배우 이순재. 그 역시 89세로 현역 배우 중 최고령인데, 직접 만나 보니 이 총장에게서 느껴지는 청춘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배우는 끊임없는 도전”이라는 그의 말 속에선 ‘이길여-이순재의 평행이론’이라고 이름 붙여도 될 만큼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1. 200분짜리 연극 소화하는 강철 체력…에너지 보충은 고기
이씨는 2021년에 이어 지난해 6월 연극 ‘리어왕: King Lear’ 무대에 올랐다.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이 두 딸의 아첨에 넘어가 미치광이 노인으로 전락하는 주인공의 극적인 변화를 연기한 것. 원작을 각색하지 않은 대본으로 3시간20분이나 되는 실연 16회를 혼자 소화했다.
무대에서만큼의 카리스마는 아니었지만 인터뷰 내내 그의 목소리는 힘 있고 단단했다. 두 시간이 넘어가는 대화에서 꼿꼿함을 잃지 않았다. 2013년 예능 ‘꽃보다할배’에서 쉬지 않고 걷는 ‘직진순재’의 남다른 체력이 여전해 보였다.
비결을 물었으나 이 총장처럼 답은 싱거웠다. 식사를 거르지 않으며 특별히 챙겨 먹는 음식도 없단다. 22년 9월부터 네 작품을 연달아 하다 보니 연극 이후 10㎏ 살이 빠져 고기를 자주 챙겨 먹고 있다는 게 꼽을 만한 특징이었다.
“지난해 욕실에서 넘어져 사흘 입원하면서 겸사겸사 건강 체크를 했어요. 이 나이 먹도록 병원 신세를 한 번도 진적이 없었는데, 오히려 잘됐다 싶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