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분 대본 다 외우는 89세, 그런 이순재도 이길여 후배

  • 카드 발행 일시2024.02.19

잠시 ‘번외’ 편으로 길을 튼다. 이길여 총장의 주변인들을 만나던 중,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해서다. 주인공은 이 총장의 서울대 후배이자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강단에 서는 배우 이순재. 그 역시 89세로 현역 배우 중 최고령인데, 직접 만나 보니 이 총장에게서 느껴지는 청춘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배우는 끊임없는 도전”이라는 그의 말 속에선 ‘이길여-이순재의 평행이론’이라고 이름 붙여도 될 만큼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이길여 총장과 이순재 배우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사진 가천대

각자의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이길여 총장과 이순재 배우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사진 가천대

#1. 200분짜리 연극 소화하는 강철 체력…에너지 보충은 고기
이씨는 2021년에 이어 지난해 6월 연극 ‘리어왕: King Lear’ 무대에 올랐다.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이 두 딸의 아첨에 넘어가 미치광이 노인으로 전락하는 주인공의 극적인 변화를 연기한 것. 원작을 각색하지 않은 대본으로 3시간20분이나 되는 실연 16회를 혼자 소화했다.

배우 이순재가 연극 '리어왕'에서 모든 것을 잃고 실성한 왕을 연기했다. 사진 연우무대·에이티알

배우 이순재가 연극 '리어왕'에서 모든 것을 잃고 실성한 왕을 연기했다. 사진 연우무대·에이티알

무대에서만큼의 카리스마는 아니었지만 인터뷰 내내 그의 목소리는 힘 있고 단단했다. 두 시간이 넘어가는 대화에서 꼿꼿함을 잃지 않았다. 2013년 예능 ‘꽃보다할배’에서 쉬지 않고 걷는 ‘직진순재’의 남다른 체력이 여전해 보였다.

비결을 물었으나 이 총장처럼 답은 싱거웠다. 식사를 거르지 않으며 특별히 챙겨 먹는 음식도 없단다. 22년 9월부터 네 작품을 연달아 하다 보니 연극 이후 10㎏ 살이 빠져 고기를 자주 챙겨 먹고 있다는 게 꼽을 만한 특징이었다.

“지난해 욕실에서 넘어져 사흘 입원하면서 겸사겸사 건강 체크를 했어요. 이 나이 먹도록 병원 신세를 한 번도 진적이 없었는데, 오히려 잘됐다 싶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