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이런 감독은 없었다, 국대와 무명 바꾼 경악 사건

  • 카드 발행 일시2023.09.04

우리는 전통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혁신을 존중합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이제껏 이런 감독은 없었다”

꽤 시간이 흘렀어도 최태웅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감독은 그날의 일을 온전히 떠올리지 못했다. 2015년 3월 말의 어느 봄날, 그는 갓 결혼한 문성민의 집들이 모임 중에 “현대캐피탈 새 감독이 됐다”는 벼락같은 기별을 전화로 접했다. 최 감독은 훗날 “경기도 분당에서 여의도까지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왜 나일까?’ 운전하며 그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았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현대캐피탈은 현역 은퇴를 앞둔 39세 세터를 일약 감독으로 발탁한 것이다. 4월 2일 공식발표가 나오자 중학교 코치 경험조차 없었던 그의 이력을 두고 세상은 불안한 눈길을 감추지 않았다. 게다가 초보 감독은 기질적으로 비(非)정치적이었다. 외풍(外風)으로부터 새 리더십을 지켜주기 위한 방편으로 팀은 파격적 권한을 신임 감독에게 몰아줬다. ‘현장 인사권=감독, 연봉 협상권=프런트’라는 프로스포츠계의 오랜 불문율을 깨며, 연봉 협상권까지 일임했다. 언젠가 그가 웃으며 꺼낸 표현을 빌리면 “사용자이면서 노동자인 감독”의 탄생이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감독(왼쪽)은 구성원의 컨센서스를 확보한 토대 위에서 비로소 자기만의 고유한 비전을 실행으로 옮겼다. 연합뉴스

최태웅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감독(왼쪽)은 구성원의 컨센서스를 확보한 토대 위에서 비로소 자기만의 고유한 비전을 실행으로 옮겼다. 연합뉴스

심지어 팀은 내부적으로 ‘프런트’라는 용어도 폐기했다. ‘배구지원팀’으로 네이밍을 변경했다. 프런트는 감독을 보조하는 존재일 뿐이라고 서열을 정리한 것이다. 팀은 감독과 단장을 거의 동시에 교체했는데, 새로 임명된 신현석 단장은 배구 문외한이었다. 퇴직 후 복직한 신 단장은 “권한과 책임을 넘겨주려는 마음을 정하고 왔다. 그래서 배구에 관해 아무것도 몰라도 불안하지 않았다”고 당시 심경을 고백했다.

최 감독과 신 단장 부임 직후 누구나 감지할 수 있는 두 가지 변화가 목격됐다. 먼저 최 감독의 요청으로, 훈련 중 단장을 포함한 프런트 누구도 코트에 발을 들이지 않게 됐다. 사진 담당 직원만 예외로 ‘성역’에 출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 단장 지시로 ‘캐슬’(충남 천안에 소재한 현대캐피탈의 훈련‧재활‧숙소 기능을 겸비한 복합베이스캠프의 명칭)의 방 배치가 바뀌었다. 종전까지 코치실이 따로 없었는데  단장실을 비워 코치들한테 내줬다. 그 대신 신 단장은 배구지원팀 사무실 구석 자리로 옮겼다. 공간은 권력을 상징한다. ‘힘은 현장에 있다’는 암묵적 합의는 현재의 이교창 단장 체제에서도 계승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