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령관 “내 허락 없었다” JP “누가 혁명을 신고하나” (14)

  • 카드 발행 일시2023.08.14

1961년 5월 18일 저녁 어스름. 혁명의 성공이 확신으로 예감됐다. 육본에 있는 나를 미8군 정보장교 몰 대위가 찾아왔다. 매그루더(Carter B. Magruder·1900~88) 미군 사령관이 보냈다. 사령관이 19일 오전에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했다. 옷은 사복 차림을 원했다. 중령 계급의 군인이 아닌 혁명 지도자로 나를 예우하려는 뜻이라고 했다.

나는 5월 16일 오후 육군 중령으로 복귀했다. 강제예편 3개월 만이다. 몰 대위의 방문은 매그루더의 첫 반응이다. 쿠데타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진압의 의지를 드러내던 매그루더다. 나를 만나자는 건 태도 변화를 의미한다. 이날 있었던 이한림 중장 체포, 육사생도 시가행진, 장면 내각 총사퇴가 그의 심경에 변화를 일으켰을 것이다. 이튿날 양복에 넥타이를 맸다. 청파동 집을 떠나 용산 미8군 사령관실로 향했다. 혁명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혁명군과 미군의 대좌 순간이다.

돌이켜보면 미8군은 3600명의 혁명군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였다. 5만6000명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었다. 미군 사령관은 한국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갖고 있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매그루더는 박정희 소장을 의심했다. 공산주의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박 소장을 강제예편시키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