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로 가는 경부간선도로…최대 수혜 아파트는 이곳

  • 카드 발행 일시2023.08.03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1월 16일 서울시 정책공약 중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겠다면서 ‘한남IC~양재IC 고속도로 단계적 지하화’를 약속했습니다. 정부 출범 이후 발표한 120대 국정과제에서도 ‘경부‧경인 등 주요 고속도로 지하에 대심도 고속도로를 건설해 상습정체 해소’ 약속이 포함됐습니다.

 서울시가 지하화를 추진하고 있는 경부간선도로. 사진 서초구

서울시가 지하화를 추진하고 있는 경부간선도로. 사진 서초구

참고로 한남IC~양재IC 구간 관리권은 2002년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서 서울시로 이관됐습니다. 서울시는 이 구간을 ‘경부간선도로’라고 부릅니다. (이 글에서는 ‘경부간선도로’로 통칭합니다.) 사실 경부간선도로의 변신은 이전부터 추진됐습니다. 상습정체 구간이었던 데다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겪는 불편도 컸기 때문입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1992년 14대 대선 출마 공약으로 이 구간 지상 복층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정근영 기자

정근영 기자

주택 공급난이 심화하던 2021년에는 도로를 지하로 옮긴 지상 부지에 1만 가구 이상의 미니신도시 건설이 추진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10월 스페인 마드리드 리오공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민자를 유치해 경부간선도로 일부 차선을 지하로 내리고, 이 과정에서 확보한 지상 부지를 녹지·보행로·자전거도로로 활용하는 구상을 발표했습니다.

오 시장은 스페인 마드리드 리오공원을 롤 모델로 삼았습니다. 우리로 치면 서울외곽순환도로처럼 스페인 외곽을 둥그렇게 감싼 고속도로가 있는데요. 마드리드시는 이 도로 때문에 시민들이 강변으로 진입하기 어려워 강가가 슬럼화하고 공해 문제를 유발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4년 동안 지하도를 뚫는 공사를 거쳐 지상 부지에 마드리드 시민이 즐겨 찾는 100만㎡ 규모 수변공원을 조성했습니다. 이는 도로가 단절했던 마드리드시 내·외부를 연결하면서, 동시에 차량 정체까지 해소한 모범사례로 꼽힙니다.

지하로 가는 경부간선도로…아파트 가치 상승 기대감↑

지난 4월에는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이 나왔는데요. 서울시는 ‘경부간선도로 지하화에 따른 상부 공간 활용 방안’ 용역에 착수했습니다. 용역을 통해 도로를 지하화한 다음 지상 복합문화공간을 어떻게 조성·배치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녹지나 일반 도로 비율은 어느 정도가 적절할지 연구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긴 도로에 들어서는 공원의 이름을 ‘서울 리니어파크(선형공원)’로 잠정 결정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서울시는 이 구간을 지하화하고 지상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면 1970년 경부간선도로 개통 이후 나타난 강남권의 동서 단절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2028년께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아직 재원 마련, 정부와 협의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았습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서울시의 이런 계획에 크게 반색했습니다. 덩달아 주변 개발에 따른 아파트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습니다. 이 구간은 행정구역상 서초구 반포동, 서초동, 양재동 등이 포함됩니다. 이 가운데서도 동서 단절이 가장 심각했던 서초동이 경부간선도로 지하화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힙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특히 반포IC~서초IC 구간 양옆에는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는데요. 과거 서초동아파트지구에 포함된 단지들입니다. 고속도로로 인해 동서 단절, 소음, 먼지 등의 불편함을 겪었던 곳이기도 하고요. 아파트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입니다. 서울시는 노후 단지 재건축과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등을 연계한 도시 계획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단점이 장점으로 바뀐, 서초동 재건축 단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서초동에서 재건축이 진행 중인 단지는 ①서초신동아1·2차(1978년 준공), ②서초진흥(1979년), ③삼풍(1988년), 아남(1988년), ④현대(1989년) 등 5곳입니다. 서초동아파트지구가 지정된 게 1976년이었고, 이후 아파트 단지가 줄줄이 들어섰는데요. 이미 재건축을 통해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한 단지도 있지만, 여러 제약으로 아직 삽조차 뜨지 못한 노후 단지도 남아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