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칠 기업, 이거 보면 안다…횡령 감지할 ‘1장짜리 예언서’ ③

  • 카드 발행 일시2023.04.27

머니랩

비정상적 비용 사용을 예방할 통제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제조사 청호ICT가 2021년 3월 말 공시한 내부회계관리제도 검토보고서의 한 구절입니다. 이 회사는 내부회계 검토 결과 각종 자금 통제가 취약하다는 의미인 ‘부적정’ 의견을 받았습니다. 감사보고서 제출 5일 뒤 회사는 당시 대표이사 엄모씨의 40억원 규모 횡령 혐의를 공시했고,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심사에 착수했습니다.

한 개인투자자는 “ATM 제조사 사장이 회사를 본인 ATM처럼 이용했다”며 “내부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나 같은 개인이 어떻게 아느냐”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개인투자자가 기업 내부 사정까진 알기 어렵지만, 회삿돈 관리가 제대로 되는지 파악할 방법은 있습니다. 횡령·배임, 분식회계 등 사고 칠 기업을 떡잎부터 알아볼 수 있는 귀한 자료가 있죠.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면 그 가치를 잘 모르게 마련입니다. 바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검토보고서(내부회계 보고서)’입니다.

해당 보고서를 거금을 주고 사야 하거나, 휴민트를 가동해야 할 만큼 힘들게 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업이 사업보고서나 감사보고서를 공시하면 이 안에 첨부돼 있습니다. 몰라서 지나쳤을 따름이죠. (👉보는 방법은 기사 맨 아래에)

이 한 장짜리 보고서는 기업에 닥칠 리스크에 대한 예언서와 같습니다. 머니랩이 2459개 상장사의 내부회계 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올해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상장폐지 갈림길에 선 기업 40곳 중 절반 이상(21곳)이 1년 전 내부회계가 취약하다는 판정(의견거절·부적정)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문제적 기업 보고서’ 3부에선 2022사업연도 회계감사 결과 내부회계 취약점이 제시된 기업들을 파헤칩니다. 특히 재무제표 감사의견으론 ‘적정’을 받아 주식 거래가 가능한 곳 위주로 살펴봤습니다.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하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