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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슬램덩크…11년 전 부산중앙고의 기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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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영화 ‘리바운드’는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벌어진 꼴지의 반란을 그렸다.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영화 ‘리바운드’는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벌어진 꼴지의 반란을 그렸다.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기적 같은 2012년 전국대회 연승행진을 그린 영화가 나온다.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는 당시 최약체 부산중앙고가 협회장기 전국 중·고교대회 결승에 진출하기까지 고군분투를 그렸다.

결승전에서 부산중앙고는 2학년생 허훈이 이끄는 농구 명문 용산고에 완패했지만, 힘찬 박수를 받았다. 선수가 6명뿐인 부산중앙고는 1명이 다쳐 남은 5명으로 교체도 못 하고 결승까지 뛰었다. 이들을 이끈 신임 코치 강양현은 부산중앙고가 2000년 추계대회에서 우승할 당시 최우수선수였다. 하지만 프로에선 빛을 보지 못하고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다 해체 위기의 모교 농구부를 맡았다.

5년 전 연출로 합류한 장항준 감독도 시나리오를 보고 “이게 실화냐”고 반문했을 만큼 만화 같은 스토리다. 강양현 역의 배우 안재홍은 28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 후 간담회에서 “강양현 코치와 4살 차이”라며 “강 코치와 대화하며 체중 증량과 의상·헤어스타일로 싱크로율을 높였다. 젊은 코치가 대회를 치러가는 떨리는 마음을 생생하게 담으려 했다”고 돌이켰다.

강 코치와 곡절 많은 농구부원은 최근 400만 흥행을 기록한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강백호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강 코치는 다른 학교에서 밀린 선수들, 심지어 축구부원까지 데려다 간신히 농구부를 꾸렸다. 선수들과 닮은 외모 및 농구 실력을 갖춘 새 얼굴을 찾으려고 500명 가까이 오디션을 봤다.

장항준

장항준

당시 부산중앙고를 ‘천기범과 아이들’로 불리게 했던 ‘천재 가드’ 기범(현 일본 후쿠시마 파이어본즈) 역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tvN)의 신인 이신영이 맡았다. 기범과 애증 관계인 길거리 농구 출신 규혁 역은 정진운(그룹 2AM 출신)이 연기했다. 다만, 실화가 스포일러다. 오합지졸의 연승 과정은 예상 가능한 수순을 밟는다. 실존 모델이 있다 보니 대부분 인물은 조심스럽게 묘사된다.

다소 단조로운 흐름에 경기 장면이 활기를 불어넣는다. 영화 ‘카터’ ‘창궐’의 문용군 촬영감독이 매 경기 장면을 롱테이크(컷을 끊지 않고 한 번에 찍는 것)로 담아냈다. 인물의 감정과 호흡하기 위해 일부는 900fps 초고속 카메라로 찍고 편집에서 속도를 조절했다. “더 실화에 가깝게”라는 장 감독의 연출 목표는 영화 말미 장면을 실제 명장면과 겹쳐내는 순간 극대화된다. 안재홍 모습이 강 코치 사진으로 바뀔 때는 인간 승리의 감동이 고스란히 밀려온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이어 다음 달 개봉할 축구 영화 ‘드림’ 등 극장가에 스포츠 영화가 부상하고 있지만, 이 영화를 만들 당시 스포츠는 투자받기 어려운 소재였다. 장 감독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한국 농구 영화란 점에서 피가 끓고 설렜다”고 했다. SLL 산하 레이블인 비에이엔터테인먼트가 2012년 부산중앙고 얘기를 접하고 영화화에 착수했지만, 완성까지 11년 걸렸다. 장 감독은 “투자 문제로 제작진이 해산했다가 기적처럼 살아나게 됐다”며 투자사 넥슨코리아에 공을 돌렸다. ‘리바운드’는 넥슨코리아의 첫 영화 투자작이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꿈이 ‘한국의 디즈니’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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