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이맘때면 사진가들이 강원도 인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쉬쉬하며 어둠을 틈타 조심스레 그곳을 찾았습니다.
그러고는 그곳을 ‘비밀의 정원’이라 이름하였습니다.
왜 하필 이름이 ‘비밀의 정원’일까요?
누구도 허가 없이 그곳으로 들 수 없고,
먼발치서만 바라볼 수 있기에 그리 이름 붙인 겁니다.
사실 이곳은 군사작전 지역입니다.
그렇기에 예전에는 예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도로변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끔 데크까지 설치해 두었습니다.
그 덕에
그 아름다움을,
그 비밀스러움을 사진으로나마 공유하게 한 겁니다.
올가을,
가장 추운 날을 택해 비밀의 정원을 찾았습니다.
기온이 영하 2도였습니다.
습도는 85%였고요.
기온과 습도를 미리 살핀 건 서리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형형색색의 나무에 서리가 내려앉으면
더할 나위 없는 ‘비밀의 정원’이 드러나게 마련이니까요.

해 뜨기 30분 전,
어둑할 무렵 ‘비밀의 정원’과 마주했습니다.
그 이른 시간에도 많은 사진가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어둠에 든 ‘비밀의 정원’은 희끄무리할 뿐이었습니다.
기대했던 서리는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먼저 자리 잡은 사진작가 둘이 나누는 대화도
제 눈에 보이는 현실과 같았습니다.
“오늘 서리는 영 시원찮구먼.”
“습도가 더 높아야 하는데….”
“햇빛이 들면 서리가 어느 정도 보이기는 하려나?”
“그러길 기대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