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人들] 혼자 사냐고 왜 묻나? 수리아저씨 대신 '망치 든 여자' 불렀다

[장人들] 혼자 사냐고 왜 묻나? 수리아저씨 대신 '망치 든 여자' 불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왜 집수리하는데 여자 혼자 사냐는 말을 들어야 하죠?"

욕실 세면대를 점검중인 안 대표. 그는 "남자 수리기사가 사생활에 대해 불편하게 질문하면 난감한데..."라는 불안감을 없애고자 여성 전용 집수리 서비스를 창업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욕실 세면대를 점검중인 안 대표. 그는 "남자 수리기사가 사생활에 대해 불편하게 질문하면 난감한데..."라는 불안감을 없애고자 여성 전용 집수리 서비스를 창업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여성이라면 집안의 전등이나 수도, 전기 등의 잔 고장으로 난감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 낯선 수리기사의 방문이 불안하기도 하고 비용이 얼마나 나올지 감이 안 잡혀서 차일피일 미룰 때도 있다.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의 주택으로 출장중인 안형선 대표와 김민경씨.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의 주택으로 출장중인 안형선 대표와 김민경씨.

여성 수리기사들로만 구성된 여성 전용 집수리 서비스 ‘라이커스’는 이런 불안감을 덜어내고자 만들어졌다.

장인들3 - (장)진영이 만난 사람(人), 여성 전용 집수리 기사

여성 전용 집수리업체 '라이커스'의 안형선 대표(왼쪽)과 수리기사 김민경씨. 이들은 혼자사는 여자들도 불안해하지 않고 편안하게 집수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이런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여성 전용 집수리업체 '라이커스'의 안형선 대표(왼쪽)과 수리기사 김민경씨. 이들은 혼자사는 여자들도 불안해하지 않고 편안하게 집수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이런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남자 수리기사가 사생활에 대해 불편하게 질문하면 난감한데...", “여자 혼자 사는 것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보이면 어쩌지?". 안형선(32) 대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1인 여성 가구로 출장을 나선 안 대표의 현장에 동행했다.

안 대표와 같이 일하는 김민경씨는 타일과 욕실이 주된 분야이다.

안 대표와 같이 일하는 김민경씨는 타일과 욕실이 주된 분야이다.

의뢰인이 셀프로 교체해 작동오류가 생긴 전등을 점검하는 안 대표.

의뢰인이 셀프로 교체해 작동오류가 생긴 전등을 점검하는 안 대표.

이날의 작업 내용은 셀프로 교체한 전등의 작동 점검과 하수구 악취 관련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안 대표는 작업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수리에 들어갔다. 이후에도 유지하고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한동안 설명이 이어졌다. 설명하는 시간이 작업의 두배쯤은 되어 보였다. 작업을 의뢰한 장 모씨(30대 후반)는 “궁금한 것에 다 대답해주어 좋았다. 잘 모르는 부분이라 비용 덤터기 쓸까 봐 걱정했는데 괜한 우려였다”고 평가했다.

안 대표가 의뢰인에게 수리할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안 대표가 의뢰인에게 수리할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주로 사용하는 공구들. 윗줄 왼쪽부터 드라이버, 펜치, 롱노우즈 플라이어, 워터펌프 플라이어, 몽키스패너, 수평계, 아랫줄 왼쪽부터 와이어 스트리퍼, 줄자, 절연테이프, 전동드릴.

주로 사용하는 공구들. 윗줄 왼쪽부터 드라이버, 펜치, 롱노우즈 플라이어, 워터펌프 플라이어, 몽키스패너, 수평계, 아랫줄 왼쪽부터 와이어 스트리퍼, 줄자, 절연테이프, 전동드릴.

여성 전용 집수리업체 '라이커스'의 안형선 대표(왼쪽)과 수리기사 김민경씨. 이들은 혼자사는 여자들도 불안해하지 않고 편안하게 집수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이런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여성 전용 집수리업체 '라이커스'의 안형선 대표(왼쪽)과 수리기사 김민경씨. 이들은 혼자사는 여자들도 불안해하지 않고 편안하게 집수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이런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 대표와의 일문일답.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
왜 집수리는 남자만 하는지 궁금했다. 가끔 수리할 때 지켜보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고. 서울시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선발되어 2019년에 창업했는데, 당시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을 뉴스로 접하며 타인에 대한 불안감이 피부로 와 닿았다. 여자가 방문한다면 일단 안심이 될 것 같았고, 이런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주된 수리 분야는
가구 조립, 전등 교체, 세면대와 변기 등 도기 수리부터 문 손잡이 교체나 캣타워 조립도 한다. 소모품 교체, 수리, 도배, 타일, 리모델링 등의 분야를 각각의 전문가들이 시공한다. 물론 다 여자다.  
수리하면서 난감했던 경험은
초반에는 경험 부족으로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하우가 생겼다. 설명을 충분히 하다 보니 컴플레인 하는 고객도 거의 없는 편이다. 다만 노후 주택 수전 교체를 하며 잘 해결되지 않아 여러 번 방문했는데 '여자라서 힘이 부족해서 잘 못 하나 보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속상했다.  
고객들이 어떻게 알고 찾는가
홍보는 거의 하지 않는다. 다 입소문이다. 상세한 설명이 강점인 것 같다. 내가 그 입장이었을 때 답답했던 것들이었던 고장의 원인, 수리 과정, 사후 관리 방법까지 안내까지 고객이 궁금해할 만한 모든 것을 설명한다. 홈페이지에 명시된 견적 외에 현장에서 갑작스러운 추가 요금은 없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하루 평균 3~5건 정도 작업한다.  
앞으로 계획?
단지 여자들이 시공하고 여자만을 위한 서비스에 머물고 싶지 않다. 고객의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충분한 설명과 투명한 가격, 그리고 책임시공제로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여자 기술자들만 모아서 우리만의 건물을 짓고 싶다. 

사진·글·동영상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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