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서비스 구독자 여러분. 매주 월, 수요일 아침 뉴스 내비게이션 레터 서비스를 통해 주요 시사 현안을 정리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채권시장을 뒤흔들었던 흥국생명 사태에 관한 내용입니다.


나비 날갯짓이 폭풍으로…흥국생명의 '소탐대실'

흥국생명 본사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이태원 참사로 온 나라가 정신이 없는 사이 채권시장이 홍역을 치렀습니다. 레고랜드에 이어 흥국생명이 사고를 쳤기 때문입니다. 지난 1일,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시하면서 사달이 벌어졌습니다. 쉽게 말해 빚 상환을 미루겠다고 한 것입니다. 갚는 대신 이 채권을 그냥 연장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용어정리부터 하겠습니다

 -신종자본증권 : 만기가 없거나 아주 긴(30년 이상) 채권을 말합니다. 영구채라고도 합니다. 원금 상환 부담이 작아 회계상 부채가 아니라 자본으로 분류됩니다. 기업으로서는 재무구조가 든든해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기 위해 은행·보험사 같은 금융회사들이 많이 발행합니다. 흥국생명은 문제의 신종자본증권을 2017년 발행해 오늘(9일) 갚을 예정이었습니다.

 -콜옵션 : 특정 상품을 매수할 권리를 말합니다. 신종자본증권은 형식상 만기가 30년 이상이지만, 이 증권을 발행한 기업은 보통 5년 뒤 되사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를 '콜옵션 이행'이라고 합니다. 일종의 조기상환입니다. 그래야 원금 회수를 걱정하는 투자자를 안심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흥국생명은 왜 약속을 깼을까요.

 -콜옵션을 이행해 일단 돈을 갚고 나면 보통 신종자본증권을 다시 발행합니다. 문제는 시중금리가 확 뛰었다는 겁니다. 5년 전에는 4.475% 금리로 발행했지만, 지금은 연 12%를 줘야 한다는군요(시중금리보다 훨씬 금리가 높은 것은 영구채의 특성 때문입니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아집니다).

 -콜옵션 이행 약속을 어기면 흥국생명은 페널티를 뭅니다. 그런데 그 수준이 금리가 연 6.742%로 높아지는 정도입니다.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새로 영구채를 발행하는 것보다 기존 영구채를 연장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개별 기업으로선 '합리적 선택'일 수 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