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이스 강남점에 사람들이 줄 서 있는 모습. 사진 파파이스]

2000년대를 주름 잡던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돌아왔습니다. 짭조름한 양념 가득한 감자튀김과 딸기잼에 찍어 먹는 비스킷이 트레이드 마크였는데요. 바로 파파이스입니다. 2019년 한국 시장을 떠난 파파이스는 올해 1월 강남점을 시작으로 재런칭을 했는데요. 수백명이 줄을 설만큼 오픈런 열기가 뜨거웠다고 해요. 파파이스가 철수 2년 만에 귀환한 이유가 뭘까요?

브랜드 소개팅 이번에는 한국에서 파파이스를 운영하는 넌럭셔리어스컴퍼니 이문경 상무(COO)를 만나고 왔습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에서 굵직한 히트 상품을 만든 패스트푸드 업계 전설같은 분이랍니다. 그는 파파이스의 성공적인 재탄생이라는 특명을 받았다고 해요.


철저히 계산된 철수였다

[1976년 파파이스 루이지애나 식당의 모습. 사진 파파이스]

파파이스는 1972년 미국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서 시작된 브랜드예요. 한국에 처음 들어온 건 1994년. 롯데리아(1979년), 버거킹(1984년), 맥도날드(1988년)에 비해서는 좀 늦었지만, ‘케이준’ 스타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케이준은 과거 프랑스령이었던 미국 남서부 루이지애나의 토속 요리 스타일을 말하는데요. 닭 튀김을 손으로 반죽을 하고 조미료를 사용하고, 프랑스 시골 요리에 파프리카, 고추와 같은 현지 조미료를 융합한 게 특징이에요. 

한국에서는 2000년 초엔 매장 수가 200개가 넘어 패스트푸드 4대장으로 불리기도 했어요. 한국 패스트푸드 역사에서 빠질 수 없던 이 브랜드가 20년만에 철수한다는 소식은 충격적이었어요. 

알고 보니 이는 새로운 출발을 위한 전략적 후퇴였어요. 처음부터 한국 시장을 완전히 포기할 생각은 없었답니다. 아시아 태평양 트렌드를 이끄는 한국은 어떻게든 키워야 했던 거죠. 그러니까 한국 시장 철수는 사실 새 주인이 마음껏 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밑작업이었대요. 굴욕(?)의 과거와 청산하고 새출발하자는 의미였겠죠. 

새 주인은 ‘신라교역’이 됐습니다. 이 회사는 50년간 원양어업 사업을 해온 장수 기업인데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외식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해요. 브랜드 인수를 앞두고 전문성을 높이고자 패스트푸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이문경 상무를 영입했죠. 


전국민이 아는 브랜드보다 강력한 건 없다

외식 유통 회사로 변신하고자 하는 신라교역은 여러 브랜드 인수를 고려했다고 하는데요. 이 중에서 파파이스를 우선적으로 점 찍은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파파이스라는 브랜드가 가진 힘입니다.

“제가 강력하게 믿는 것 중 하나는 ‘전 국민이 알고 있는 브랜드보다 강한 브랜드는 없다’는 거예요. 핫한 브랜드가 힙한 게 아니고 알고 있는 브랜드가 힙한 거예요. 전국민이 한번쯤 먹어봤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자산인데요.”

처음부터 무언가를 키우는 것보다 이미 어느정도 검증된 브랜드를 활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거죠.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현시기도 기회라고 생각했대요. “3040대에게 파파이스는 추억을 가진 향수를 자극하는 브랜드고, MZ에게는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에요. 고객 관리 측면에 봐도 파파이스는 모든 세대에게 어필이 가능한 거죠.”

치킨버거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점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했대요. 역으로 보면 이만큼 파이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시장도 없다는 겁니다.


새로운 가성비 시대 

사실 파파이스가 한국 시장을 잠시 떠났던 2년 사이 시장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어요. 업계 정상인 맥도날드, 맘스터치 등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 새 출발을 알린 파파이스의 무기는 뭘까요.

첫번째 꼽은 것은 미국 남부 케이준 스타일이라는 정체성입니다. 파파이스는 케이준 맛을 한국에 최초로 도입한 정통 루이지애나 스타일이라는 히스토리를 다시 강조할 예정입니다.

“LA나 뉴욕 버거는 많이 알려졌지만 남부 스타일은 낯설죠. 케이준은 양념이 강하고 양도 많은, 우리나라로 치자면 제육볶음과 비슷해요. 일종의 그 지역의 소울푸드죠. 이 색다른 미국의 자극적인 맛을 알리고 싶어요.”

가성비가 중요한 패스트푸드 특성상 가격은 핵심 요소입니다. 예전에는 파파이스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는데요. 그는 ‘이제 돈과 양으로만 계산되는 가성비 시대는 지났다’고 했어요.

“물론 가격도 중요하지만요. 똑같은 가격에도 최고의 품질을 제공하고, 여기에 또 다른 가치를 주는 새로운 개념의 가성비가 필요해요. 치킨 회사가 와인회사와 콜라보 하는 등 생각지도 못한 협업을 선보이는 등 새로운 실험을 할 예정이에요.”

얼마전엔 화곡점 3호점도 오픈했대요. 앞으로는 일부 매장은 식사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는 등 혁신을 시도한다고 해요.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에서 고객과 만날 준비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쟁사 따라하기 말고 우리만의 것 

최근 파파이스 재오픈한 매장 위치를 두고 ‘KFC나 버거킹 등 경쟁 업체를 노리고 일부러 인근으로 왔다’는 얘기가 있었는데요. 이는 사실이 아니래요. 이 상무는 “무작정 고객을 뺏어오는 경쟁 힘든 것”이라며 과거 버거킹 근무 시절 얘기를 꺼냈어요.

“맥도날드가 토마토와 베이컨을 넣은 버거가 인기를 끌 때였어요. 보통은 경쟁사의 그 제품 고객을 뺏기 위해 비슷한 재료, 컨셉을 갖고 경쟁하거든요. 근데 서로 죽이는 경쟁을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새로운 컨셉인 콰트로 버거를 내놨어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죠.” 그가 선보인 이 버거는 미국으로 역수출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어요. 파파이스 역시 경쟁사를 따라하는 경쟁은 안하겠다는 의미겠죠.

지금 가장 인기 있는 메뉴만 봐도 기존 브랜드와는 다른 느낌이에요. 핵심 메뉴는 ‘치킨 샌드위치’인데요. 브리오쉬 번에 케이준 향신료로 염지한 통다리가 들어간 게 특징이래요. 어찌보면 다소 평범하고 심플해보이는데요. 어떤 토핑을 얼마나 더 화려하게 넣을까에 집중하는 업계 신메뉴 경쟁과는 다른 전략이죠.

“맥도날드는 브랜드적으로나 소비자 특성으로 보나, 효율과 시스템을 중시하는 이과생 이미지예요. 버거킹은 미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술학적이고요. 파파이스는 자기 주도적이고 주관이 뚜렷한 사람들과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그런 브랜드가 될 거고요.”


마무리 

한국인의 주식은 무조건 한식이었던 1980년대 후반, 햄버거는 절대 식사가 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맥도날드나 버거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런치 세트를 먹죠. 이게 치밀한 마케팅의 결과였어요.

“20년 전 된장찌개가 5000원도 안됐을 때 사람들은 왜 배도 안 차는 햄버거를 6000원 주고 먹느냐고 했어요. 절박한 마음으로 ‘도대체 어떻게 하면 한번은 드셔보시겠어요’라고 물었더니, 지나가는 분이 이렇게 답했어요. ‘3000원 정도면 뭐.’ 아! 한식을 이기기 위해서는 가격 문턱을 확 낮춰야겠다.”

바로 맥 런치의 시작이었다고 해요. 지금 업계는 어찌보면 초심을 잃어버린 게 아닐까요. 영양가 있고 맛있는 한식과 싸워야 했던 그때보다 지금은 더 경쟁자가 많은데도 말예요. 파파이스의 부활을 시작으로 치킨 버거 업계가 제 2의 전성기를 만들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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