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비상] 첫 경보음 울린 중국 의사의 비극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중앙병원 안과 과장인 리원량은 지난해 12월 우한의 한 해산물시장에서 찾아온 7명의 환자를 진료한 뒤 이들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처음 판단한 인물이다. 이어 그는 지난해 12월 30일 의과대학 동문들과 함께 있는 채팅방에 “새로운 사스가 나타났다”고 알렸고, 그 후 몇 시간 만에 이 메시지는 캡처 이미지로 온라인에 유포됐다.
우한 중앙병원 안과의 리원량 사망
작년 12월 7명 진료 뒤 “새로운 사스”
거짓 정보 퍼뜨린 혐의로 조사받아
환자 진료 중 감염돼 확진 7일 만에…
가디언 “그의 아내는 둘째 임신 중”
이런 상황에서 리원량 자신도 진료 환자로부터 신종코로나에 감염됐다. 그는 지난달 12일 고열 등의 증상으로 입원했으며 지난 1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기침을 시작했으며 다음날 고열 증상도 동반했다”며 자신 또한 신종코로나에 감염됐음을 밝혔다.
그는 마지막 인터뷰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는 건 중요하지 않다. 정의는 사람들 마음속에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리원량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내부에선 우한 공안이 입막음만 하지 않았어도 오늘과 같은 비극이 있었겠느냐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도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국가감찰위원회는 이날 우한에 조사팀을 파견해 이번 사태를 전면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곳곳에서도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리원량의 아내는 현재 둘째를 임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리원량 박사의 사망 소식에 매우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우리는 그가 행한 모든 업적을 기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중국 내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3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 전국 31개 성의 신종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3만1210명으로 파악됐으며 사망자도 638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서유진·김다영 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