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동선 공개 엇박자…질본 조사 중 지자체 불쑥 발표

중앙선데이

입력 2020.02.08 00:32

업데이트 2020.02.1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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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호 03면

[신종코로나 비상] 알권리 vs 2차 피해 방지

노홍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이날 아산 경찰인재 개발원에서 격리 중이던 우한 교민 중 1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됐다. 현재까지 확진 환자는 모두 24명이다. [뉴스1]

노홍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이날 아산 경찰인재 개발원에서 격리 중이던 우한 교민 중 1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됐다. 현재까지 확진 환자는 모두 24명이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9번 확진자가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거주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송파구청에는 확진자의 동선과 아파트명 등을 공개하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대해 송파구는 “감염병 관리지침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를 통해서만 정보를 전달받아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주민들은 “경기 구리시 등 다른 지역은 (확진자의) 동선을 먼저 공개했는데, 왜 송파구는 하지 않느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구리시 알권리 내세워 공개
접촉자 범위·숫자 등 달라 혼선도

동선 공개는 ‘증상 발생 전날’ 기준
질본 “지자체와 방식 협의해 보완”

신종 코로나 국내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확진자 정보와 확진자가 거쳐 간 동선을 놓고 방역대책본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사이에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혼선 방지를 원칙으로 확진자와 관련한 정보를 발표하는데도 경기도 수원과 구리 등 일부 기초 지자체가 ‘주민의 알권리’를 내세워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질본이 확진자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정확한 동선 등을 공개하는 시점까지 서울 송파구와 서대문구 등 일부 지자체에는 “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느냐”는 항의가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주민들의 정보 공유에 대한 욕구나 요구가 많아 (지자체가 미리 정보를 공개하는) 이런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자체가 정보를 따로 독자적으로 공개함으로써 혼선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행정안전부와 지자체에 이러한 지침을 명확하게 다시 한번 안내해 협조 요청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지금 이 질환은 1급 감염병으로 ‘질본이 이 부분에 대한 전체적인 통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법(감염병예방법 34조)에 규정돼 있다”며 “방역당국을 신뢰하고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발표를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는 질본에서 파견하는 신속대응팀과 즉각대응팀, 지자체 인력이 함께 진행한다. 환자 당사자의 기억에 신용카드 사용기록과 폐쇄회로TV(CCTV) 등 관련 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확한 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질본 대응팀의 조사가 완료되기 전 지자체 인력이 조사한 내용을 먼저 발표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지난 5일 질본 브리핑에서 17번 환자의 동선에 대한 역학조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는데도 경기도 구리시장이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서 17번 환자의 동선을 공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질본의 발표와 지자체가 공개한 정보의 내용이 달라 혼선이 빚어지는 데 있다. 경기 평택시는 지난달 28일 4번 환자의 접촉자가 96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3시간 뒤 방역대책본부는 접촉자 수를 172명으로 정정했다. 확진자가 항공기와 공항버스에서 접촉한 사람까지 포함해서다.

그런데도 지자체장은 신속한 정보 공개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최근 “(환자 정보가) 실시간 발표되고 공유되지 않으면 시민들의 불안을 키우게 되고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큰 문제를 노출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최근 상황점검회의에서 “기초 지자체는 확진환자 동선 공개 권한도, 역학조사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며 “기초지자체에 이러한 권한이 주어지지 않으면 지역사회 감염병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원시는 15번 환자의 거주지다.

이에 대해 김윤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동선 공개는 신속하고 정확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일부 지자체장이 공개한 것처럼 환자가 지나간 곳을 다 공개하면 2차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는 데다 합리적이지 않고 과학적이나 공익적으로도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자체의 역학조사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확한 조사를 통한 정보 공개는 질본만이 가능하다”며 “질본의 동선 공개 기준은 증상 발생 하루 전 동선을 공개하는 세계보건기구(WHO)과 같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질본의 신종코로나 대응 지침에 따르면 확진자가 접촉한 범위는 증상 발생 하루 전부터 설정한다. 이에 따라 우한에서 온 23번 중국인 여성 환자(57)는 지난 3일부터 식욕이 떨어지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조사과정에서 밝혀 하루 전날인 지난 2일 그의 동선이 공개됐다. 23번 환자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롯데백화점 본점→서대문구 창천동 다가구 주택 숙소→서울 마포구 이마트 마포공덕점→숙소’로 이동했다. 이에 대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확진자가 발병 하루 이전의 동선은 감염병의 발생과 관련이 없는 동선이라고 보기 때문에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의 엇박자에 대해 “동선 등의 정보, 공개 기준과 방식 등에 대해 지자체와 협의해 보완하겠다”고 해명했다.

하현옥·김현예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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