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사람 간 감염 61종…코로나·플루가 두목급 바이러스

중앙선데이

입력 2020.02.08 00:23

업데이트 2020.02.08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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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호 06면

[신종코로나 비상] 인류 최후의 적, 바이러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세계가 초비상이다. 치사율은 2% 가까이 된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10%,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30%보다 낮지만 일반독감(플루)보다는 훨씬 높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겨울 미국에서 1900만~2600만 명이 독감에 걸려 1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치사율이 낮아도 감염자가 많아지면 사망자도 그만큼 늘어난다. 왜 이런 바이러스폭풍이 점점 자주 발생할까. 노벨상 수상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 핵전쟁에 이어 대규모 질병, 특히 바이러스폭풍을 인류 멸망 가능성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인류 최후의 적은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를 들여다보자,

박쥐 한 마리에 137종 바이러스
그중 44%가 인수 공통, 쥐도 비슷

세포 침투 위해 변종 만들어 진화
면역력 최대로 높이는 게 최선책

밀림 개발, 가축 가까이 키워 창궐
야생동물·인간 연결고리 끊어야

영화 ‘감기’(2013·한국)는 분당에서 발생한 변종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내용의 SF영화다. 발생 지역을 봉쇄하고, 치료제를 찾는 과정 등은 나름대로 과학적이다. 하지만 영화 제목이 적절치 않다. ‘감기’라면 콧물, 재채기가 나고 목이 붓는 정도의 증상을 보인다. 제목을 굳이 찾자면 ‘독감’이다. 독감과 감기의 차이는 무얼까. 감기는 200여 종의 ‘순한’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감기로 병원 가면 1주일, 놔두면 7일 걸린다’고 했다. 감기는 치료제와 예방주사가 따로 없다. 200여 종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200종 백신을 만들 수는 없다. 병원 처방 감기약은 보조수단이다. 바이러스를 죽이는 건 우리 몸의 면역이다. 따라서 감기에 걸리면 푹 쉬어서 면역력을 최대로 높이는 게 상책이다. 문제는 독감이다.

감기 바이러스도 200여 종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독감은 바이러스의 종류가 다르다. 조류독감(AI), 메르스, 사스, 신종코로나 등은 그중에서도 독한 놈들이다. 감기 바이러스가 코, 목에 머무는 것과 달리 독감 바이러스는 호흡기 깊숙이 침투한다. 폐 세포 내부로 들어가 수를 급속도로 불리고 폐 세포를 파괴한다. 급성 폐렴이 발생, 호흡이 곤란해진다. 폐렴은 한국인 사망 원인 3위다. 바이러스는 어떻게 급속히 세포를 파괴해서 사망에 이르게 할까.

바이러스는 1000마리를 한 줄로 세워야 머리카락 굵기가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 박쥐 한 마리에는 137종의 바이러스가 있고 이 중 61종이 동물·사람을 동시에 감염시키는 인수(人獸) 공통 바이러스다. 쥐도 비슷하다. 쥐, 박쥐는 지구 포유류 중 개체 수가 1, 2위다. 이런 바이러스들이 사람에게 직접 전파되기도 하고 중간 동물(낙타, 새 등)을 거치기도 한다. 바이러스는 구조와 침투과정이 간단하다.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면 세포표면에 착 달라붙는다. 세포 속으로 들어가려면 열쇠가 필요하다. 바이러스는 열쇠 모양을 이리저리 변화시킨 변종을 만들어 진화한다. 침입 후 껍질을 벗는다. 내부 유전물질(DNA 혹은 RNA)이 복제되면서 수십 개의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서 만들어진다. 이놈들이 세포를 파괴하고 나와 주위 세포에 다시 달라붙는다. 이런 방식으로 급격히 수를 불린다. 세포가 파괴되면 장기가 망가진다. 스스로 분열하는 생물인 세균(박테리아)은 세포 외부에 영양분이 있어야 수를 불린다. 변종도 바이러스보다 적다. 세포 속에 들어가는 바이러스와는 달리 세균은 세포 외부에 있어서 면역에 쉽게 노출된다. 바이러스가 감염에는 한 수 위다. 현재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 중에서 두목급은 인플루엔자와 코로나바이러스다.

영화 ‘감기’의 영어 제목은 ‘Flu’다. 플루(Flu)는 인플루엔자(Influenza)의 약자다. 2009년 멕시코에서 시작해 1만4000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플루는 ‘새로운 인플루엔자’라는 의미다. 인플루엔자는 대표적인 호흡기 바이러스다. 이놈은 바이러스 껍질에 두 종류의 단백질이 튀어나와 있다. H와 N이다. H(헤마글루틴)은 침입 시 사용하는 열쇠이고 N(뉴라미데이즈)은 복제 후 튀어나올 때 쓰는 칼이다. H과 N이 각각 16개, 9개이니 이 조합만 해도 생길 수 있는 인플루엔자 종류가 144개나 된다. 1918년 스페인독감(H1N1)은 1차 대전 사망자의 3배를 넘는 5000만 명을 죽였다.

문제는 따로 있다. 인플루엔자는 다른 동물(새·닭·돼지 등)들도 감염시킨다. 이런 놈들이 변종이 되면 사람도 감염시킨다. 2004년 태국에서 6200만 마리의 닭을 죽인 조류독감(H5N1)이 사람도 감염시켜 50% 넘는 치사율을 보였다. 2009년 1만4000명을 죽게 한 신종플루(돼지독감)는 인간·조류·돼지를 감염시키는 3종류 N들이 섞여 있었다. 이번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도 변종이다.

동물 속에 은신, 박멸 어려워

변종은 생물 진화에 유리하다. 바이러스 내부 유전물질이 RNA인 경우는 DNA보다 변종이 더 잘 생긴다. 복제과정이 한 단계 더 있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조류독감·스페인독감·신종플루)·코로나(메르스·사스·신종코로나)·에이즈·에볼라는 모두 변종이 잘 생기는 RNA바이러스다. 게다가 동물 속에 들어가 은신할 수도 있다. 박멸하기 힘든 이유다.

인류가 바이러스를 이긴 적은 ‘딱’ 한 번 있다. 천연두바이러스다. 이놈은 변종이 적게 생기는 DNA바이러스다. 게다가 사람만을 공격한다. 천연두 발병을 계기로 만든 백신이 천연두를 코너로 몰았다. 변종도 안 생기고 은신할 동물이 없는 천연두가 박멸된 계기다. 천연두와 달리 인플루엔자·코로나·에볼라는 변종도 잘 생기고 은신할 동물들도 있다. 이놈들이 극성인 이유가 무얼까.

『바이러스 폭풍』 저자 네이션 울프는 급증하는 신·변종 바이러스 창궐 원인을 3가지로 꼽았다. 밀림개발·가축증가·일일생활권이다. 즉, 밀림 속에 있어야 할 야생동물들이 개발로 밀려 나오고, 가축을 가까이 키우면서 바이러스 접촉이 많아지고, 하루 만에 바이러스가 비행기를 타고 온 세계로 퍼진다는 것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야생동물을 요리해 먹는 과정에서 인간에게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2002년 중국발 사스도 사향고양이 요리 과정에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야생동물-가축-인간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급한 일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예방백신을 만드는 일이다. 현재 독감백신은 3~4종 있는데 신·변종 바이러스는 못 막는다. 과학자들은 변종이 많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에서도 공통적인 부분을 찾고 있다. 과학이 답을 찾는 동안 지구촌은 한마음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 간 발생정보 공유와 조기 격리가 현재로선 최선의 답이다.

신종 바이러스 이겨내려면
바이러스를 접촉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감염자 분비물(기침 등)이 묻은 표면을 손으로 접촉하고 손이 입·코에 닿으면 감염된다. 신·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개인 면역 세기가 치료의 관건이다. 신·변종 바이러스를 죽이는 면역세포를 몸에서 새로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린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에 면역이 만들어져야 살 수 있다. 평상시 면역을 키우는 게 중요한 이유다.
바이러스 관련 용어
● 바이러스: 다른 세포 내에서만 수를 불리는 생물·무생물 중간체.

● 인플루엔자(플루): 대표적인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 조류·돼지·사람도 감염시킨다.

● 코로나바이러스: 왕관(코로나) 모양 바이러스. 메르스·사스·신종코로나가 있다.

● 세균(박테리아): 영양분만 있다면 수를 불린다. 콜레라·대장균·유산균 등이 세균이다.

● 항생제: 세균이나 곰팡이를 죽이는 물질. 페니실린이 대표적이다. 바이러스에는 안 듣는다.

● 타미플루: 바이러스가 복제하는 것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 모든 바이러스에 듣는 건 아니다.

● 백신: 세균·바이러스를 사멸·약화시켜 만들거나 껍질로 제조한 예방주사. 해당 면역세포들을 미리 준비시킨다. 해당 병원체를 대량배양할 수 있거나 바이러스 정보가 있어야 만든다. 신·변종의 경우 개발시간이 최소 몇 년은 걸린다.

김은기 인하대 교수 ekkim@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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