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나면 보건소보다 텐트 친 민간병원에 가는 현실

중앙선데이

입력 2020.02.08 00:51

업데이트 2020.02.08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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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호 01면

신종코로나 비상 

대한감염학회 소속 교수들이 서초구 대한감염학회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윤상언 기자

대한감염학회 소속 교수들이 서초구 대한감염학회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윤상언 기자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지 18일만인 7일 국내 확진자는 총 24명으로 전날에 비해 한 명 더 늘어났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생활하던 교민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우한에서 입국한 교민 환자는 두 명으로 늘었다. 이날 추가된 24번 환자와 지난 2일 확진된 13번 환자다. 환자 24명 중 두 명은 완치돼 퇴원했다. 확진자들의 동선이 속속 공개되면서 이들이 지나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이 잇따라 문을 잠그고 학교는 휴업에 돌입하는 등 파장은 더욱 커졌다.

메르스 겪고도 공공체계 제자리
격리·치료 선별진료소로 몰려
중환자가 슈퍼전파자 될 수도

아산 격리 1명 확진, 환자 총 24명
롯데백화점 본점 임시 휴점
“입국제한 조치 확대 가능성”

이런 가운데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손장욱 고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포함한 감염병 전문가들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종코로나는) 아직 흐름이 꺾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의 예측을 종합해볼 때 여전히 감염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내다봤다.

손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 대책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과거 신종 플루와 메르스 사태가 발병했을 때와 비교해 공공의료체계가 바뀐 것이 없다. 대부분 민간이 역할을 담당하는 체계 그대로”라고 말했다. 보건소가 환자 격리를 전담하고,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과 공공병원이 중증환자를 모아야 하는데도 환자들은 공공의료기관으로 가지 않고, 열악한 텐트 형태의 민간병원 선별진료소로 몰리고 있는 현상을 지적했다. 손 교수는 이어 “메르스 당시에도 환자 분산이 문제가 됐는데 중환자가 많은 의료기관에 바이러스가 들어올 경우 슈퍼전파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교수도 “병원으로 번지면 사망자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어떻게 하든 병원 내 유입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이외에 동남아 국가 등에서 입국한 사람 중에서 신종코로나 감염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7일부터 중국 후베이성 방문자뿐만 아니라 의사 소견에 따라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는 보건소에 신고할 수 있도록 지침이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로 인해 민간 의료기관 등에 환자가 더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자연스레 환자 수가 늘어나면 메르스 때 벌어졌던 응급실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병원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확진 환자 증가에 대비해 공공의료체계 재정비와 의료기관 간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갑 교수는 “환자 수가 증가하면 중환자 중 인공호흡이나 체외 순환기를 달아야 할 병원에 가벼운 증상의 환자가 들어갈 수 있다”며 “환자 수가 늘어나기 전 증상의 심각성에 따라 병원의 역할을 구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현재 방역 당국이 파악한 환자 접촉자는 총 1386명이다. 이처럼 접촉자가 늘어나면서 전국에서 휴업한 학교가 닷새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나 647곳(유치원 459·초등학교 106·중학교 33·고교 44·특수학교 5)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3일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뒤 보름 가까이 방역 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다가 지난 6일 확진 판정을 받은 23번 환자(58·여)가 증상 발현 전날인 지난 2일 이동한 롯데백화점 본점, 이마트 마포공덕점 등은 이날 임시 휴점에 들어갔다. 19번 환자(36)가 지난달 31일과 1~3일 지나간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분당 수내동 일대의 상가들도 문을 걸어 잠그는 등 지역 상권도 타격을 입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번 사태에 관련해 “이번 일요일(9일) 정부 차원의 중간 점검에서 앞으로의 (방역) 방향에 대해 중대한 결정이 필요하다면 그런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약 단체장들과 대응책을 논의한 뒤 “잠복기를 감안하면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중국이나 제3국 입국자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 확대나 위기경보 단계 격상 등이 발표될 수도 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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