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복합타격 우려…중국 ‘IT 심장’ 재가동에 쏠린 눈

중앙선데이

입력 2020.02.08 00:21

업데이트 2020.02.08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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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호 08면

[신종코로나 비상] 커지는 경제 피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경기 침체로 한국의 소비와 수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신종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1분기 성장률 4.5%에 그칠듯
세계 성장률도 0.25%P 하락 전망
사스 때의 4배 190조원 손실 추정

고향 갔던 직원들 10일부터 복귀
확진자 늘면 글로벌 공급망 마비
자동차 이어 전자·통신도 악영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로 피해가 우려되는 중소·중견기업과 자영업자에 2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추가 공급하고, 직간접적 피해가 예상되는 관광 업종 등에 대한 지원 방안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차질을 빚고 있는 자동차 부품 수급과 관련해 “중국 지방정부와 현지공장 조기 재가동을 위한 협의를 강화하는 한편 수입시 24시간 긴급통관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는 국내 생산 확대를 위해 기업이 주 52시간 이상의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할 경우 신속히 허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 정도로는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신종코로나 사태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나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당시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홍 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재한 간담회에서 “사스는 주로 수출에, 메르스는 내수에 피해가 집중된 반면, 지금은 수출과 내수 모두에 복합 타격을 줄 것”이라며 정부의 선제적이고 강력한 대응책을 건의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사스는 중국을 중심으로 8400여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 가운데 9.5%인 800여명이 숨졌다. 중국의 소비와 생산이 감소하고, 중국 여행객이 60%, 아시아 항공 승객이 40% 줄어들면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포인트, 아시아 지역은 0.6~0.8%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신종코로나는 7일 현재 전세계에서 확진자가 31000명, 사망자는 630명을 넘어섰다. 치사율은 2% 정도로 낮은 편이지만 확산 속도는 훨씬 빠르다. 게다가 중국의 경제 규모도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 중국 GDP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4.5%에서 지난해 16.5%로, 중국인 여행자수는 2000만명에서 1억5000만명으로 늘었다.

워릭 매키빈 호주국립대 교수는 “이번 신종코로나 확산에 따른 세계 경제 손실이 1600억달러(190조원)으로 사스 당시(400억달러)의 네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1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이 4.5%에 그쳐 분기별 집계가 시작된 1992년 이후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홍콩·한국·일본 순으로 성장률이 둔화되고, 독일·미국·영국도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올해 신종코로나로 인해 세계 경제 성장률 하락폭이 사스 당시(0.15%포인트)를 넘어서 0.25%포인트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스 때는 3개월만에 사태가 진정되면서 하반기에는 중국 성장률이 10%를 넘어섰다. 단기 충격에 그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 성장률이 계속 하락하고 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신종코로나 확산이 멈춘 뒤에도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질 경우 세계 경제에도 부담이 된다. 신종코로나의 진원지인 후베이성은 수륙으로 충칭·상하이·광저우·베이징을 동서남북으로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다. 중심 도시인 우한에는 르노·혼다·GM 등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의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후베이성 남쪽과 동쪽의 광둥·저장·장쑤성은 전자·통신 등 첨단 산업의 중심지다. 우한에서 동쪽으로 700㎞ 떨어지느 쑤저우공업원구는 1994년 중국 정부가 싱가포르와 함께 개발한 경제특구다.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애플 아이폰 등을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 등의 공장이 있다. 인근 우시에는 SK하이닉스, 옌청에는 기아차 공장이 있다. 한두시간 거리 이내에 휴대전화, 컴퓨터 등을 만들수 있는 부품 공장들이 모인 곳이다. 광둥성에는 LG디스플레이(광저우), 화웨이(둥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확진자 수는 하루 3000~4000명씩 늘어나는 반면 완치자는 200~300명에 불과하다. 완치자가 확진자를 넘어서야 한풀 꺽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칭화대 연구팀은 16일, 미국 예일대 연구팀은 21일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홍콩대 연구팀은 “우한에만 7만명 이상의 감염자가 있어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야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확진자는 주로 후베이성에 몰려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30일까지던 춘제(설날) 연휴도 9일까지로 연장했다.

이에 따라 고향을 향했던 직원들이 광둥·저장·장쑤성의 공장으로 복귀하는 오는 10일부터 사나흘 정도가 경제에 미칠 타격을 가늠할 ‘진실의 순간’이 될 전망이다. 공장 가동 재개 후 추가 확진자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면 생산 차질은 최소한에 그칠 수 있다. 지난달 23일 우한을 봉쇄한 이후 후베이성 밖에서 발견된 확진자는 많지 않다. 경제에 대한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지 코스피와 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수준을 회복했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소재·부품 수입의 30%인 520억달러어치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난징·칭다오·톈진 등에 공장이 있는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다음주 중국 남동 지역에 추가 감염자가 급증할 경우 중국업체로부터 부품을 제때 공급받거나 완성품을 국내외에 판매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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