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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 땐 ‘캐치 잇, 빈 잇, 킬 잇’…부주의가 치명타 될 수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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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호 07면

[신종코로나 비상] 전염병 때 예절, 일상 예절로

혼자 있을 때는 물론이고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휴지 등으로 입을 가려 침이 튀는 것을 막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여러 사람들에게 퍼져 전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을 묘사한 ‘Catch it, Bin it, Kill it’ 캠페인. [사진 NHS]

혼자 있을 때는 물론이고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휴지 등으로 입을 가려 침이 튀는 것을 막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여러 사람들에게 퍼져 전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을 묘사한 ‘Catch it, Bin it, Kill it’ 캠페인. [사진 NHS]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손수건이나 화장지로 입을 막아라.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당신이 병원균을 퍼뜨리는 것이다”

신종플루 기승 때 영국 NHS 캠페인 #쉽고 강렬한 메시지 10년째 계속 #지속·전략적 소통 노력 등 부족 탓 #비상사태 끝나면 권고도 흐지부지 #빌 게이츠 “1000만 명 사망한다면 #전쟁 아닌 바이러스 전염병 탓”

100여 년 전인 1918년 10월 당시 미국 공중 보건국(PHS)이 스페인 독감 확산을 막기 위해 제작한 대국민 홍보 포스터 및 신문광고 내용 중 일부다. 인쇄 매체에 의존하던 당시에는 극장 로비와 기차역 등에 포스터를 붙이고 지역신문에 광고를 게재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 예방법을 알렸다.

2015년 버지니아 공대의 톰 유잉 교수는 1918년 스페인 독감 당시와 2015년 메르스 확산 시점의 위기대응을 비교해, 한 세기 동안 변화된 바이러스 방역 체계의 차이를 탐색했다.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활동 중 백신 개발과 항바이러스 치료제 등 의학 분야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의학 발전과 대비되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공중이 지켜야 할 보건예절이다. 똑같은 메시지를 100년간 지속하면서도 눈에 띄는 행동 변화를 이끌지 못했다. 당시 착용을 권했던 천 마스크의 효과가 없다는 것 말고 나머지 내용은 지금도 똑같다. 예방 활동을 위한 보건예절 중 비상사태가 선포된 시기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지속적인 실천이 필요한 것이 기침과 재채기 예절, 손 씻기 두 가지다.

바이러스 전쟁서 정신교육 경시하는 셈

Catch it, Bin it, Kill it

Catch it, Bin it, Kill it

그런데 비상사태가 종료되면 이런 보건예절을 실천하자는 것도 함께 종료되었기에 오랜 시간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미흡했다. 이유가 뭘까? 늘 권고만 했기 때문이다. 기억하기 쉽고 지속적인 메시지를 활용한 캠페인을 뿌리내리도록 하는 전략적 소통 노력이 부족했다. 공학적 사고로 의학 발전에는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였으나 인문학적 사고를 갖고 보건예절 문화를 한 사회에 정착시키는데 상대적으로 인색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와 전쟁한다고 가정할 때 군대가 무기 개발에는 주력하면서 정신전력 즉 정훈 교육은 경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스페인 독감 당시 사망자 숫자나 관련 정보를 보건당국이 갱신해 공지하는 주기는 1주일 정도였고 국민이 관련 신문 보도를 접하는데 거의 한 달이 소요되었다. 과거와 비교해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현재 비상시 소통뿐만 아니라 상황 종료 이후 평시 캠페인 차원의 지속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특정한 캠페인을 전개한다는 것은 장황한 설명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한 가지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백신 개발에 따라 독감 예방접종을 잊지 말라는 캠페인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의학적 예방 행동 캠페인이라면 기침 및 손 씻기는 일상적 보건예절 캠페인이다. 이 두 가지 캠페인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야 연중 지속적인 예방 활동이 가능하다.

2009년 4월 신종플루 비상사태가 선포됐을 때 영국의 국가 의료서비스(NHS)는 대국민 캠페인을 기획했다. 바로 ‘캐치 잇, 빈 잇, 킬 잇(Catch it, Bin it, Kill it)’ 캠페인이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화장지로 침이 튀는 것을 막자(catch it), 휴지통에 버리자(bin it), 손을 씻어 바이러스를 없애자(kill it)는 행동 변화 촉진 운동이다. 캠페인이 전달하는 내용은 기존의 권고사항들과 같았지만, 형식은 달랐다. 예방 행동 수칙을 권고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억하기 쉬운 메시지와 시선을 끄는 강렬한 이미지 등 다양한 설득 요소를 활용했다. 이 캠페인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병원을 ‘악수 안 하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홍보 로고.

병원을 ‘악수 안 하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홍보 로고.

이 캠페인에서는 화장지 사용을 습관화해 입을 막고 즉시 버리고 손을 씻자는 실천을 강조한다. 2012년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이 캠페인을 통해 자주 손 씻기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53%로 증가했다. 이 조사에서는 향후 국가별로 사회적 관행이나 생활 문화 등 바이러스 확산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추적해 자체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악수하지 않기라는 낯선 제안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신종 바이러스 비상사태 때 악수하지 않기는 이색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 배려하는 인사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평소에는 정반대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마크 스칼린스키 의대 교수는 2014년 6월 미국 의학협회지 논문에서 ‘악수 없는 공간(handshake free zone)’ 아이디어를 정식으로 제안했다.

손이 바이러스 전파의 주요한 원인임에도 손 위생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라 사실상 통제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 2010년 미국 의료 역학회(SHEA) 감염관리 및 병원 역학 학술지에 따르면 병원 종사자의 40%만이 제대로 손 위생 수칙을 준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라면 병원 내 악수하지 않기가 과도한 제안은 아니라고 했다. 단 악수를 피하는 것이 사회관계는 물론 영업활동에서 경제적 손해로 이어질 수 있기에 단기간 문화 확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따라서 병원 등 보건의료 기관부터 실천하고 장기적으로 새로운 비접촉 인사법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의료 종사자들은 지지 의사를 밝혔다.

1918년 미국 공중보건국이 스페인 독감 확산을 막기 위해 제작한 신문광고.

1918년 미국 공중보건국이 스페인 독감 확산을 막기 위해 제작한 신문광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손 위생은 개인이 실천해야 할 공공질서로 규정하면서 기침과 재채기를 할 때 화장지가 없으면 팔이나 팔꿈치로 입을 막으라고 안내한다. 팔꿈치를 사용해 입을 막는 것이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임을 알라는 것이다. 절대 맨손으로 입을 막는 것은 피하라고 설명한다. 스페인 독감 당시에는 감염자의 침이나 콧물 같은 체액이 기침으로 튀어 감염되는 것은 독가스 포탄만큼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한국에서는 질병관리본부가 2013년부터 정기적으로 감염병 예방 행태실태조사를 통해 기침 예절 및 손 씻기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 감염병 예방을 위한 행태 개선 사업은 시범 운영 수준에 머물고 있다. 통합적 차원에서 대국민 캠페인을 기획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지만, 개별적인 계도성 홍보만 할 뿐이다. 이색적 계도는 이어져 왔으나 전략적 캠페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비상 끝났다고 시원하게 재채기해서야

2017년 기준 대국민 대상 감염병 예방 행태 실태조사의 경우 손 씻기 실천율을 용변 후 비누로 씻는 여부로 평가하고 있다. 기침 예절의 경우 옷소매로 가리고 기침하는 비율은 설문 응답자는 17.7%, 관찰 결과는 6.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을 얼마나 자주 씻는가, 기침과 재채기를 할 때 화장지 사용을 생활화하고 있는가를 묻는 실태조사는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 같다. 이런 현실 속에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nCoV)와 같이 이전에 확인되지 않은 새로운 균주는 앞으로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015년 빌 게이츠는 테드 강연에서 앞으로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면 그것은 전쟁이 아닌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일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백신 개발 등에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과 노력이 투입돼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의료 전문가의 역할이라면 비상사태 이후 한 사회가 만들어 가야 할 보건 예절조성은 공중의 역할이라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 이를 위해 “미소로 나누는 비접촉 인사법은 어떨까? 학교에서부터 보건예절 캠페인을 추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등과 같은 다양한 질문이 필요한 때다. 그 이유는 비상사태가 끝나면 다시 공공장소에서 시원하게 재채기하는 사람의 모습을 목격할 것이고 맨손으로 입을 막아 기침한 후 그 손으로 악수하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눌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보건예절 문화 조성 캠페인을 준비하는 것이 백신 개발만큼 최선은 아니어도 차선책으로써 사회적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이종혁 광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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