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잘해놨네요. 근처 다른 곳에 가려다 들렀는데…(S출렁다리, 충남 아산 박모씨).”
여름 휴가철인 지난 8월 둘째 주, 출렁다리·스카이워크를 찾은 이들의 반응은 이렇게 갈렸다.
출렁다리 전성시대다. 출렁다리는 케이블카·모노레일과 함께 지자체가 선호하는 관광 시설이다. 최근 수년간 지자체들이 다투듯 내걸었다. 그 뒤를 스카이워크가 따라오고 있다. 추격 속도가 아찔하다. 둘이 합쳐 260개가 넘는다. 언뜻 메뉴가 푸짐해 보인다. 하지만 개장 초기의 열기가 금세 식어버리거나 잘해야 뭉근하게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계 관광, 스토리텔링이 없으면 출렁다리와 스카이워크는 모래로 지은 성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십억, 수백억원 혈세로 만든 다리와 길이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매년 매출이 뚝뚝 떨어진다. 개장 초기의 3분의 1 정도다. 방문객도 그만큼 덜 오는 것 같고. 출렁다리가 여기저기 생기더니만….”
출렁다리가 길이 경쟁을 하면서 ‘종목’도 세분화해 “우리가 최장, 최대”를 알리는 추세다. 출렁다리는 내수면(호수·저수지·댐)형과 산악형·해안형으로 나뉜다. 천장호(207m, 2009년 7월)·마장호(220m, 2018년 4월)·부항댐(256m, 2018년 11월)·예당호(402m)·탑정호(598m)가 차례로 내수면형 1위에 올랐다. 산악형에서는 전북 진안 구봉산 출렁다리가 2015년 7월에 100m 시대를 열었다. 이후 감악산(150m, 2016년 9월)·소금산(200m, 2018년 1월)으로 챔피언이 바뀌었다. 2021년 3월 채계산(270m) 출렁다리가 개통하더니 올해 1월 다시 소금산에 404m짜리 울렁다리가 놓였다.
전문가들은 출렁다리가 개장 초기에 반짝 효과만 내다가 외면받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출렁다리 설치 경쟁은 네가 하면 나도 한다는 지자체판 미투(me-too) 전략”이라며 “초기에는 타이틀을 내걸며 관광객 유치라는 목적을 달성하겠지만 관광시장을 되레 쪼개면서 소멸과 공멸의 길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개장 직후 1년간은 개장 이전보다 관광객이 늘지만, 점차 감소세를 보이다 7년이 지나면 오히려 개장 이전보다 관광객이 적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런데도 지자체들이 출렁다리에 몰두하는 이유는 뭘까. 강 교수는 “빠른 성과를 원하는 공무원들이 다른 관광 아이템보다 금세 효과가 나오고, 수익이 원활한 출렁다리를 급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접한 충남 논산·예산·청양·부여가 초대형 출렁다리를 서로 놓으며 맞불을 놓았고, 충북 충주댐 인근에서도 지자체 3곳이 출렁다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제천시는 85억원을 투입해 옥순봉 출렁다리(222m)를 개통했다. 바로 옆 단양군도 충주댐 인근 시루섬에 150억원을 들여 길이 590m 출렁다리 설치를 추진하고 있고 충주시도 약 100억원을 들여 충주호 출렁다리를 건설할 예정이다. 전남 장성군은 2018년 장성호 일대에 제 1 출렁다리를 만든 지 2년 만에 불과 1㎞ 떨어진 곳에 제2 출렁다리를 개통하기도 했다.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경북 안동시는 750m짜리 ‘세계 최장’ 출렁다리를 추진했다가 사업비가 당초 예상보다 두 배가 넘는 565억원까지 필요할 것으로 보이자 현재 건설을 보류했다. 해발 820m에 길이 320m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가장 긴 출렁다리라는 타이틀을 노린 팔공산 출렁다리 계획은 시민단체와 주민·불교계 갈등만 키우다 5년 만에 백지화됐다.
문제는 출렁다리의 빛과 그림자를 밟으며 스카이워크도 따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스카이워크는 올해 7월 기준 전국에 53개소가 있다. 최근 5년간 37곳(전체의 70%)이나 새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출렁다리와 다를 바 없이 몇 곳의 성공 사례를 무차별적으로 가져와 설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2013년 부산 오륙도 스카이워크가 관심을 끌자 동해안을 따라 포항·울진·삼척·동해 등에 잇따라 스카이워크가 생겼다. 이훈 교수는 “복붙(복사하고 갖다 붙이기)하듯,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하는 관광정책은 겉핥기 검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지자체들이 ‘잘 되더라, 우리도 해보자’는 식으로 추진하면 성공 가도를 달리는 다른 지자체 관광시설의 매력도를 덩달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들이 장기적 안목을 갖고 관광 정책을 짜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강신겸 교수는 “지역 관광 정책은 사실상 공무원들이 만드는 것인데 그 구조적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며 “다양한 상품과 자원이 꾸준히 나올 수 있도록 공무원들이 얼마나 교육을 받고 전문성이 있는지, 다른 관광사업자와 기업 등 파트너들과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지역 관광 상품의 장래가 밝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어느 스카이워크 방문객의 말이 뼈를 때렸다. “입장료 2000원이 아깝다. 볼 게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