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한국의 우주산업을 이끌 우주키즈들의 마음 한 켠엔 저마다의 로켓이 자리 잡고 있다. NURA 책임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하상씨(30)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나로호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10년 나로호 2차 발사 실패에 마음 아파하던 전 위원장은 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과 12학번으로 입학한 뒤, 지금은 석사 과정을 밟으며 NURA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누리호 1차 발사 때도 나로호 2차 발사 때의 폭발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며 “축구 꿈나무들이 박지성, 손흥민 선수의 활약에 울고 웃으며 꿈을 키운 것처럼, 나로호와 누리호를 보며 꿈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은 ‘월급 없는 회사 생활’
이렇게 ‘우주에 꽂힌’ 우주키즈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매년 4분기 전국대학교로켓발사대회는 대학에 숨어 있는 우주키즈들이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는 자리다. 봄과 가을에 진행하는 한국추진공학회 학술대회는 우주 키즈 선·후배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축제의 장이다. 이렇게 1년간 일정이 빡빡하게 돌아가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선 동아리 활동이 아니라 ‘월급 없는 회사 생활’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로켓 발사가 허용된 지역도 부안군 변산반도 일대와 고흥군 일부 지역 등 두 곳뿐이다. 국토 대부분에 군부대가 포진해 비행금지구역으로 묶인 탓이다. 로켓 시험 발사에 드는 비용도 만만찮다. 전하상 위원장은 “매년 진행하는 전국대학교로켓발사대회 교통비와 숙박비만 해도 6000만원이 든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처럼 로켓 재사용을 위해 로켓을 회수하는 연구를 진행 중인 곳도 있다. 순천대 로켓동아리 로켓단은 회수 가능한 2단 로켓을 설계해 지난해 진행된 ‘제19회 전국 항공우주과학경진대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 로켓은 1단부를 분리한 뒤 2단부가 정해진 지상 목표 지점에 안전하게 착륙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회수한 로켓은 재사용이 가능해 최근 민간 로켓 업체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은 분야다. 순천대 대학원에 재학중인 최모건씨(26)는 “국책 연구 기관에서도 연구하고 있는 로켓 재회수 기술을 대학수준에서 로켓에 적용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학·대학원을 졸업한 뒤에는 정부출연·민간 연구소나 민간 기업, 창업 등을 통해 우주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 하이브리드 로켓을 개발하고 있는 이노스페이스의 창업자 김수종 대표는 항공대 SRS 출신으로 NURA에서도 소문난 우주키즈다. 김 대표는 항공대에서 학부와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한화 방산 부문에서 고체로켓 부문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17년 이노스페이스를 창업했다. 액체 유인 발사체를 만드는 스타트업 우나스텔라의 박재홍 대표는 베를린 공대 우주공학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독일우주센터 등에서 10년간 로켓 엔진을 개발하던 우주키즈다.
우주산업, 고급 인재 수요 급증 전망
2단형 초소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의 신동윤 대표는 별이 좋아 우주 산업에 뛰어든 경우다. KAIST 항공우주공학과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신동윤 대표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망원경을 들고 별을 보러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별을 좋아하다 보니, 별에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로켓에 꽂힌 것이다. 신 대표는 “우리가 할 일은 사람들에게 우주가 친숙한 곳이라는 걸 보여주고, 우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앞으로 소형 인공위성을 발사해주는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우주산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겠다고 한 만큼 우주키즈들의 활약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인재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0년 우주사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신규 인력 수요는 973명 수준으로 연평균 200명가량을 필요로 한다. 우주학과 및 관련학과 졸업생은 1499명 수준인데 이 가운데 석사 이상 상급과정 진학률은 12.9%에 그쳐 고급 인재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NURA 초대 회장을 역임했던 이훈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일자리 문제로 진로를 바꾸거나 연구를 그만 두는 선후배가 적지 않았다”며 “우주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해 더 많은 우주키즈가 나오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연구를 이어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