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시대 본격 개막]‘우리별 2호’ 30년 만에 세계 7번째 달 탐사선 보낸다…성공 땐 우주강국 3대 요건 다 갖춰

중앙선데이

입력 2022.06.11 00:20

업데이트 2022.06.11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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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2호 08면

SPECIAL REPORT

두 달 뒤인 8월 3일, 한국이 우주산업에서 명백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음을 입증할 수 있는 ‘빅 이벤트’가 펼쳐진다. 바로 첫 달 궤도선(탐사선) ‘다누리호’ 발사다. 다누리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달 현재 대전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선 방진복을 입은 연구진이 다누리의 탑재체 6종 정밀 점검 등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3일 현장설명회에서 “다누리 발사에 성공하면 (한국은) 진정한 우주 탐사국이 되고, 이는 심우주로 나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심우주는 화성처럼 지구에서 달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을 가리킨다.

다누리 발사에 성공하면 한국은 러시아·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인도에 이은 세계 7번째 달 탐사국이 된다. 자타가 공인하는 7대 우주강국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1959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달에 무인 우주선을 보내고, 1969년 미국의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을 때만 해도 국토 대부분이 허허벌판인 저개발국이었던 당시 한국으로선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다. 경제적 이익 창출 효과도 만만찮다. 달에는 21세기 최고의 전략 자원으로 꼽히는 희토류 외에도 우라늄과 헬륨3 등이 풍부하게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구에는 거의 없지만 달엔 최소 100만t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헬륨3는 인류의 미래를 풍요롭게 해줄 강력한 대체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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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간은 달 상공 돌면서 달 표면 관측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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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륨3를 핵융합 발전에 활용하면 유해 방사능 폐기물 없이 원자력 발전의 5배 이상 효율로 전기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학계는 헬륨3가 100t만 있어도 지구 온난화나 환경오염, 방사능의 문제 등 없이 모든 인류가 1년간 사용하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물론 다누리는 성공적으로 발사돼도 1년간 달 상공을 돌면서 달 표면과 이런 자원들을 관측만 할 뿐, 실제로 헬륨3 등 자원을 추출해 지구로 나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에 정식으로 합류한 만큼, 향후 달 자원 개발과 활용에 있어 미국 등과 협력해 국익을 챙길 여지는 충분한 상황이다.

한국이 15일 2차 발사(지난해 1차 발사 실패)하는 첫 저궤도 실용위성 발사용 로켓 ‘누리호’는 중·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다누리에 비해 단기적 경제성 면에서 더 뛰어나다. 항우연에 따르면 12년간 2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 누리호 개발사업의 생산 유발 효과는 5조543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1조6665억원, 고용 창출 효과는 1만7496명으로 각각 예상된다. 이미 투입 예산의 80%인 1조5000억원가량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중공업, 기타 중소·중견기업 등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 기업들의 매출로 돌아갔다. 항우연 관계자는 “누리호를 통해 통신위성이나 기상위성 등 국민의 실생활과 직결된 실용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타국 위성 사용료 절감 등 부수적인 경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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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20년 3873억 달러(약 485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우주산업 시장은 연평균 5%대 성장세로 2040년 1조1039억 달러(약 1383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그중 위성통신(5846억 달러, 53%)과 위성항법(1773억 달러, 16%) 등의 분야에선 지금의 최대 10배에 달하는 훨씬 거대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5세대 이동통신(5G)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최대 5배 빠른 6세대 이동통신(6G) 표준은 위성통신과 지상통신 통합망 추진으로 구축될 전망이다.

이런 인공위성 기반의 6G 기술은 자율주행차와 드론(무인항공기) 등 분야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우주가 아닌 지상 인프라 확대에만 안주해서는 6G 시대, 나아가 차세대 정보통신기술과 제조업의 융합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에 뒤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세계는 이미 20세기 국가 주도의 우주산업에서 방향을 틀어 민간 중심 우주산업으로 발걸음을 옮긴 상태다. 민간 기업들의 생존을 건 투자 확대와 기술력 강화만이 경쟁국 대비 빠르게 우위를 점하는 길인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체 우주산업 관련 지출 예산(924억 달러)의 57.4%(530억 달러)는 민간에서 발생했다. 각국 정부 지출은 42.6%(394억 달러)에 그쳤다.

세계 우주산업 2040년 1383조원 예상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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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산업 도전 역사가 선진국에 비해 짧은 한국은 사실 이런 흐름에 지금껏 충분히 동참하지 못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수십 년간 우주개발을 해온 미국 등 선진국은 관련 물적·인적 인프라와 노하우가 충분히 확보돼 민간 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지만 한국은 오랫동안 그렇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1992년 첫 인공위성 ‘우리별 1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세계 22번째 인공위성 보유국이 됐을 때만 해도 민간은 물론 국가의 우주산업 역량조차 의심받는 상황이었다. 우리별 1호가 영국 서리대(University of Surrey) 기술로 제작돼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인공위성이라 보기 어려웠던 때문이다.

변곡점은 그 이듬해인 1993년 첫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인공위성 ‘우리별 2호’ 발사에 성공한 것이었다. 국내 기술진의 역량만으로 우리별 1호의 미비점을 개선·보완했고, 국산 부품으로 제작한 것이라 그만큼 의의가 컸다. 이후 6년 뒤인 1999년 첫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1호’ 발사에도 성공하면서 국가 주도 우주산업도 한층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2006년 ‘아리랑 2호’ 발사 성공으로 세계 7번째로 1m급 해상도의 관측 위성 보유국이 됐고, 2010년 첫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호’ 발사 성공으로 세계 7번째 기상 관측 위성 보유국이 되면서 흐름은 이어졌다. 다만, 이때까지도 우주강국이라 보긴 어려웠다. 우주발사체(로켓)인 ‘나로호’ 발사에 거듭 실패(2009년, 2010년)한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우주개발까진 갈 길이 멀어 보였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통상 우주강국의 3대 자격 요건은 인공위성과 우주센터, 그리고 우주발사체다. 이들 모두를 일정 수준 자국 기술로 만들어 운용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인공위성은 우리별, 우주센터는 2009년 전남 고흥에 완공한 ‘나로우주센터’를 통해 충족했지만 우주발사체는 2004년부터 항우연과 러시아 업체 흐루니체프가 공동개발에 나섰던 나로호의 난항으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2009~10년 발사 실패 책임을 두고 러시아 측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다가 2011년 한·러 공동조사단 회의를 통해 쌍방과실로 결론 내렸다. 결국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맨 한국은 2013년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우주강국 진입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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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민간 기업들의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의 우주산업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맞게 된다. 2015년 첫 민간 주도 개발 위성 ‘아리랑 3A호’ 발사에 성공한 게 대표적 사례였다. 이 프로젝트엔 공기업 성격이 강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외에도 대한항공과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두원중공업, 쎄트렉아이 등 민간 기업이 대거 참여해 성과를 냈다. 정부가 가진 위성 기술을 민간에 이양한 사실상 첫 사업이자, 한국도 미국 등 선진국들처럼 국가 주도에서 민간 중심으로 우주개발 전략을 선회하는 데 나섰음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은 “글로벌 우주산업은 2000년대 이후 민간 중심의 ‘뉴 스페이스’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한국은 다소 늦었지만 2010년대 들어 이런 뉴 스페이스 흐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국내 우주산업 민간 참여로 급속 발전

실제로 지난 수년간 국내 우주산업에서 민간 기업들의 활약상은 과거 대비 급격히 커진 상황이다. 다누리 역시 산·학·연이 힘을 모아 탄생했다. 우선 SK브로드밴드가 안테나 시스템 구축을 맡아 경기도 여주 위성센터에 위치한 심우주지상국에 국내 최대 35m급 심우주 안테나 반사판을 설치했다. 심우주지상국은 이를 통해 달 상공의 다누리와 통신하게 된다. 다누리의 핵심 장치 중 고해상도카메라는 한화시스템·데크항공·이엘엠 등이 항우연과 함께 만들었다. 이 카메라로 달 표면을 촬영하면서 2030년 한국이 쏘아 올릴 달 착륙선의 착륙 후보지를 탐색할 예정이다.

세계 최초로 달 표면 지도를 제작하기 위해 탑재하는 광시야편광카메라는 한국천문연구원을 중심으로 샛별과 미래기술이 참여해 개발했다. 달 주변의 자기장 세기를 파악하는 자기장측정기는 경희대가 센서피아·인투룰 등과 함께 개발했다. 이런 국내 자기장 센서와 활용 기술은 우주 탐사뿐 아니라 재난 경보나 광물 탐사 등 다방면으로 확장할 수 있다. 달 표면의 자원 탐사에 쓸 감마선분광기 제작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외에도 뉴케어·에스템테크가 참여했다.

남은 과제는 민간에서 우주산업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도록 정부가 뒷받침해주는 일이다. 일단 정부는 올해 전년 대비 18.9% 증가한 7340억원의 예산을 우주개발에 투자하고, 나로우주센터 내에 신규 민간 발사장을 구축해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또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우주 관련 부서를 모아 우주항공청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달 공식석상에서 “다부처 정책을 조정하고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해 우주항공청 신설 등 우주 정책 거버넌스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우주산업 규모는 현재 약 4조원 수준으로 글로벌 시장 규모의 1%에도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선 민간 역할 극대화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정귀일 한국무역협회 제주지부장은 “냉전 시대 이후 정체됐던 글로벌 우주산업이 다시 급성장한 데는 민간 기업들의 진입과 생산성 제고가 작용했다”며 “한국도 민간 기업들의 성장과 기술 혁신으로 글로벌 우주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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