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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주시대 본격 개막]중국, 인류 최초 달 뒷면 암석 채취…일본, 소행성서 아미노산 발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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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2호 09면

SPECIAL REPORT 

20세기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했던 우주개척 전쟁은 21세기 들어 중국·일본 등 후발주자들의 거센 도전으로 전환점을 맞고 있다. 특히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주요 2개국(G2) 지위를 따낸 중국이 우주에서도 미국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풍부한 자금력과 인적 자원을 앞세운 ‘우주굴기’로 노하우의 약점을 극복 중이다. 1970년 첫 인공위성(둥팡훙 1호) 발사 후 수십 년간 뜸했다가 2003년 첫 유인 우주선(선저우 5호)을 발사하면서 이 같은 우주굴기의 서막을 알렸다.

선저우 5호 발사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진정한 우주강국으로의 도약을 노리면서 달 탐사 프로젝트 ‘창어(嫦娥)’를 본격화했다. 창어는 중국 신화에서 불로불사를 가능케 하는 약을 먹고 달로 갔다는 달의 여신 이름이다. 2007년 이 이름을 붙인 첫 달 궤도선(탐사선) 창어 1호를 발사했고, 6년 뒤인 2013년엔 창어 3호가 달 착륙에 성공해 미국·러시아에 이은 세 번째 달 착륙 국가가 됐다. 그리고 다시 6년 뒤인 2019년, 창어 4호는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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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지구와 공전·자전 주기가 같다. 이 때문에 지구에선 언제나 달의 한쪽 면(앞면)만 볼 수 있다. 이런 달 뒷면엔 일반적 방법으로는 전파가 닿지 않아 지구와 교신이 어렵다. 그래서 미국·러시아의 달 탐사선은 모두 달의 앞면만 공략했다. 하지만 중국은 지구와 달을 삼각형으로 잇는 지점에 통신위성을 먼저 쏘아 올려 이 문제를 해결했다. 창어 4호가 태우고 간 탐사 로봇은 지금도 달 뒷면의 각종 정보를 지구로 전송 중이다. 이 같은 창어 4호의 성공은 중국의 우주굴기가 기술력은 물론 아이디어 면에서도 미국 등과 경쟁했을 때 승산이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후 중국은 창어 5호를 통해 달에서 채취한 암석 등의 표본을 실어 지구로 가져왔다. 이는 이륙기와 상승기, 귀환기 등을 차례로 분리하기 위한 복잡한 기계 구동이 필요한 일이라 그만큼 기술력을 쌓아올렸음을 세계에 과시한 것이다. 현재 중국은 늦어도 2030년 달성을 목표로 우주인의 달 착륙과 달의 유인 기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후엔 화성 유인 탐사에도 나서면서 2050년 10조 달러(약 1경2600조원) 규모 우주 경제권을 건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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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선진국 일본도 중국 못잖게 우주 개척에 적극적이다. 중국처럼 2007년에 첫 달 탐사선 ‘카구야’를 발사, 세계 최초로 달 표면의 3차원(3D) 영상을 찍어 공개하는 성과를 냈다. 카구야는 지구 상층 대기의 산소가 태양풍을 타고 달 표면에 도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일본은 소행성 연구에서도 정밀한 작업과 기초과학 분석력을 앞세워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7일 NHK 등에 따르면 2014년 발사된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는 소행성 ‘류구’에서 모래를 채취해 이를 2020년 말 지구로 가져왔는데, 최근 여기서 아미노산 20종류 이상이 발견됐다. 아미노산은 생물체의 단백질 형성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아미노산 중엔 사람의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이소로이신이나 발린 등의 아미노산도 확인됐다. 지구의 생명이 우주에서 기원했다는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증거일 수 있다는 의미다. NHK 등 일본 언론은 “지구 밖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아미노산이 직접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과거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온 운석 등이 아미노산을 가져와 지구 생명 탄생에 관여했을 수 있다는 가설을 보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외에도 일본은 2010년 세계 최초 태양광을 동력으로 하는 우주 범선(이카로스) 발사, 2015년 금성 탐사선(아카츠키)의 금성 궤도 진입 성공, 2018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위성 발사 성공 등 잇단 성과를 냈다. 한국은 아직 중국·일본에 비해 우주개척에서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뿐 아니라 한국으로부터 기술을 배우는 입장이던 아랍에미리트(UAE)마저 2020년 중동 최초 화성 탐사선(아말) 발사에 성공해 경쟁상대로 떠올랐다. 최정열 부산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주 역시 조선·철강·자동차 등 지금의 한국을 있게 한 산업 분야처럼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줄 것”이라며 “제도적 뒷받침과 민간 참여 활성화로 우주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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