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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주시대 본격 개막]“민간기업 활동할 수 있게 법제화 필요, 초기엔 모든 게 맨땅에 헤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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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2호 11면

SPECIAL REPORT 

이노스페이스가 독자 개발한 추력 15t급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의 연소시험 장면. 12월 시험발사될 ‘한빛-TLV’에 장착된다. [사진 이노스페이스]

이노스페이스가 독자 개발한 추력 15t급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의 연소시험 장면. 12월 시험발사될 ‘한빛-TLV’에 장착된다. [사진 이노스페이스]

우주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발돋움하고 있다. 7일엔 뉴 스페이스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이 담긴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5년 전만 해도 민간기업이 우주산업에 뛰어들기란 쉽지 않았다. 오는 12월 브라질에서 시험발사를 앞두고 있는 국내 유일의 하이브리드 로켓 개발 기업인 이노스페이스도 그 중 하나였다. 이노스페이스는 누적 투자자금 352억원으로 개발 중에 있다. 정부 출연연구소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같은 국가 기관이 아닌 민간이 우주로켓을 개발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얘기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우주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도전하는 건 ‘맨땅에 헤딩’과 같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럼에도 민간기업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것이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여는 시작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우주로켓 개발이 꿈이었던 김 대표는 항공대에서 기계설계학을 전공했고, 항공우주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이스라엘 테크니언공대에서 3년간 박사후연구원을 지내면서 발사체 연구를 한 뒤 ㈜한화 방산 부문에서 이노스페이스 창업 전까지 고체로켓 부문 연구원으로 일했다. 김 대표는 “우주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시점에 내 손으로 한국 민간 우주로켓 시장의 첫 장을 연다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세종시에 위치한 이노스페이스 사무실에서 김수종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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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

왜 하이브리드 로켓인가.
“하이브리드 로켓은 액체산소와 고체연료를 연소시켜 추진력을 낸다. 구조가 간단하고 비용이 저렴한 고체로켓의 장점과 추력 조절이 가능한 액체로켓의 장점을 모두 가졌다. 폭발하지 않아 안전해서 로켓 엔진을 개발하는 생산, 제조, 운반의 모든 과정상에 드는 안전관리비용도 절감된다. 12월 브라질 알칸타라 발사장에서 첫 시험발사할 예정이다.”
시험 발사는 왜 브라질에서 하나.
“2019년부터 시험 발사장을 찾아다니다 브라질로 가게 됐다. 당시 국내서 민간이 로켓을 쏠 수 있는 발사장이 없었다. 특히 어떤 절차나, 이에 대한 법규도 없었다. 이 때문에 국내 발사장을 사용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해 브라질 정부에 무작정 연락하게 됐다. 브라질에서 긍정적 검토를 해줬고, 정부의 지원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경쟁 업체가 있나.
“호주의 길모어스페이스 테크놀로지스, 독일의 하이임펄스, 노르웨이의 나모 등이 있다. 이 업체들과의 차별화 전략은 두 가지다. ‘고성능 연료기술’과 ‘전기모터 구동식 펌프’다. 고성능 연료기술은 똑같은 연료로 얼마만큼 멀리 가느냐의 개념인 ‘비추력’이 높다고 보면 된다. 전기모터 구동식 펌프는 하이브리드 로켓이 작동하는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양쪽에 액체 산소와 고형화된 고체 연료가 있으면 그 사이 액체산소를 고체연료로 분사해주는 펌프를 써야 하는데, 이때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펌프인 전기모터 구동식 펌프를 쓴다. 대부분 이 펌프를 액체로켓이 많이 쓰는 ‘가스발생기식 터보 펌프’를 사용하는데, 펌프 자체가 상당히 복잡한 데다 비싸고 무겁다. 반면 우리는 컴팩트하고 싸게 만들 수 있다.”
민간기업의 우주산업 기술 수준은.
“정확히 말하자면, 기술 수준이 높거나 미국 등지의 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일단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 시장 진입 후 선도적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주에 있을 누리호 발사가 상당히 중요하다. 누리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사체 제작, 발사 시스템 추적 설비 등 발사를 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발사에 성공하게 되면 모든 부품, 설비를 만들 능력을 가진 ‘민간기업풀’의 성과가 인정 받게 되는 셈이다.”
우주산업 스타트업으로서 고충은.
“국내에서 민간이 독자적으로 발사체를 개발해 온 경험과 사례가 없었다보니 법 자체가 없었다. 예컨대 자동차를 만드는데 도로가 없는 것과 같다. 이노스페이스는 발사체를 만들어 위성을 탑재해 쏘는 우주 수송업체인데, 국내엔 우주수송 관련법이 없다. 또 법규 제정도 중요하지만 단계적 법 적용을 해가야 한다. 완성형의 외국 법규를 개발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적용하면 아예 시도조차 못할 수 있다. 민간 투자 유치도 쉽지 않았다. 스타트업은 투자를 기반으로 개발해야 하는데, 국내에선 우주산업이 저평가돼 있고 관심도 적어 최소한의 자금조차 마련하기 어려웠다. 우주산업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 지원도 중요하다. 스페이스X는 첫 번째 성공 후 바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대규모 계약을 했다. 정부 차원의 발주를 통한 간접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노스페이스의 최종 목표는.
“우선 12월 시험 발사를 무조건 성공하는 것이다. 성공하게 되면 2024년부터는 50㎏급 위성을, 다음은 150㎏, 500㎏순으로 위성 수송능력을 갖추는 것이 1차적 목표다. 이후엔 회사 자체적 목표인 ‘비전 2030’ 실현을 위해 무인 비행체가 아닌 유인 비행체까지 사업화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스페이스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것이다. 우주를 활용하고자 하는 모든 활동을 지원하는 우주기업이 되는 것이다. 이미 우주산업 시장에선 우주 주유소, 우주호텔을 만드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고 가시적 성과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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