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시대 본격 개막]“순수 국산 기술 누리호는 온전한 우주개발의 시작, 새 거버넌스 준비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2.06.11 00:20

업데이트 2022.06.11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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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2호 11면

SPECIAL REPORT 

이창진 건국대 교수(항공우주시스템공학)는 뉴 스페이스 시대 민간 산업 생태계 조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영재 기자

이창진 건국대 교수(항공우주시스템공학)는 뉴 스페이스 시대 민간 산업 생태계 조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영재 기자

“누리호 발사는 국가우주력(national space power)의 완성을 의미하며, 이제는 새 거버넌스(관리체계)를 준비해야 한다.” 이창진(64) 건국대 교수(항공우주시스템공학)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우주개발을 활용할 민간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할지가 앞으로의 과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에서 우주단장을 역임했고, 2010년 천리안위성 2호, 2013년 나로호와 2021년 누리호 국가기획보고서를 작성한 항공우주 전문가다. 7일 건국대 연구실에서 이창진 교수를 만나 한국 항공우주 산업이 나아가야할 길을 물었다.

누리호는 한국에 어떤 의미인가.
“순수 한국 기술로 만든 발사체의 성공은 온전한 우주개발의 시작을 의미한다. 지금까진 우리 기술로 인공위성을 만들었다거나, 발사체를 만들었다거나 하는 데 의미를 뒀다. 그러나 이제 이 기술로 무엇을 할지를 고민하는 단계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제조업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예컨대 자동차만 하더라도 폭발하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문제없이 만들 수 있어도 이 자동차를 어떻게 활용할지 제시하지 못하면 시장을 만들지 못한다. 이런 고민 없이 앞으로 더 로켓을 발사하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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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민간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 미국이나 유럽, 러시아 등 우주개발 선진국들은 모두 국가 주도로 산업을 키운 뒤 민간에서 참여하는 식으로 발전했다. 인프라가 쌓이고 전문 인력들이 민간 시장에도 나오면서 이제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민간에선 우주여행이나 우주인터넷 등의 시도가 나오면서 비용은 낮추고 시장은 키우고 있다. 한국도 기술 획득만 추구하던 종전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주개발과 발사 수요를 창출할 민간 역량을 어떻게 키울지를 고민해야 우주개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우주 스타트업에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제 막 민간 참여가 태동하는 시점이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은 경험 없고 인프라도 부족한 데다 전문 인력도 성숙하지 못한 상태다. 우주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더 국가나 지역 구분이 무색한 분야다. 조금 미숙하다고 한국 시장에서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민간 기업들도 글로벌한 관점에서 어떻게 이익을 낼지 시야를 넓혀야 하는데 당장은 쉽지 않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지원할지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이 필요하다.”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
“새로운 거버넌스(관리체계)부터 고민해야 한다. 발사체를 만드는 것에만 만족하던 시대가 지나가고 뉴 스페이스 시대에 진입하고 있지만 한국은 큰 그림을 그릴 곳이 없다. 우주개발 선진국도 그랬지만 지금 단계에선 정부 발주가 우주 산업의 유일한 고객인데 아직 우주개발을 어떻게 할지 전략적 접근이 부족하다. 사업 중복은 피하고 과감하게 지원해야 할 분야는 투자하는 식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동시에 우주개발에 대한 우리의 비전이 무엇인지 제시해야 한다.”
참고할 만한 사례를 든다면.
“한국과 정서적으로 비슷한 일본을 살펴보면, 총리 직속으로 우주개발 전략본부를 두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대통령 직속 우주개발 전략본부인 셈이다. 주관 부처는 문부성에서 맡고 있지만, 각 부처가 참여해 국가적 우주개발 수요를 취합하고 계획을 세운다. 각 부처마다 중복되는 계획은 조정하고 한정적인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일본이 소행성 탐사선을 보내고 성과를 내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던 셈이다. 일본의 사례가 정답이라고 할 순 없지만 우리도 새로운 거버넌스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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