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미술품 경매사들이 무분별한 운영으로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우리가 경매를 열어 '바른 경매'의 본보기를 보여주겠다."
한국화랑협회(회장 황달성)가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등 국내 양대 경매사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자체적으로 경매를 열겠다고 나섰다. 협회는 3일 성명서를 내고 "경매사의 무분별한 운영이 미술시장의 과열을 불러와 균형 발전을 저해하고 유통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오는 26일 오후 4시부터 웨스틴 조선 서울 호텔에서 회원 화랑들만 참가하는 경매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성명서에서 "양대 옥션사가 상호 협의와 노력을 통한 개선 의지가 없다"면서 "이번 경매는 수익사업이 아니라 2007년 미술계 상생을 위해 체결한 신사협약 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랑협회 "작가 직거래 안돼"
26일 조선호텔서 경매 열 것
협회 "경매사의 작가 직거래는 반칙"
경매사 "세상이 크게 변했는데···"
그러나 협회는 "최근 미술시장이 활기를 찾으며 양대 옥션사는 매달 메이저를 비롯한 크고 작은 옥션을 개최하고 있다. 그 횟수가 한 옥션사에서 많게는 연 80회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또 "제작된 지 얼마 안 된 작품들,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1차 시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2차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작가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화랑의 역할이 축소되고, 1·2차 시장 간 균형이 무너졌다는 게 화랑협회 측 주장이다. 반면 경매사 측은 "화랑은 1차 시장, 경매는 2차 시장으로 구분하고, 화랑만 신진작가들을 발굴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도 요즘 미술시장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1조원 규모 앞둔 미술시장
경매를 비롯해 오는 9월 국내에서 영국 프리즈 등 세계적인 아트페어가 개최될 것을 감안하면 올해 미술시장은 더욱 팽창할 전망이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김영석 이사장은 "무엇보다 온라인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의 미술시장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진입하며 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꿨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화랑협회의 이번 미술시장 정화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황달성 화랑협회장은 "모처럼 미술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데 경매사가 80여 회의 경매를 강행하다보니 작품이 모자라 젊은 작가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직거래'하고 있다. 이것은 화랑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환경에서 한 두 메이저 화랑 빼놓고는 나머지가 버티기 힘들어진다. 경매사들이 지킬 선은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이번 경매는 경고성 차원이며, 상생하자는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라며 "탁월한 능력을 갖췄음에도 경매에서 다뤄지지 않는 작가들이 적잖다. 협회가 여는 경매는 이런 작가들을 제대로 드러내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협회는 낙찰·응찰 수수료를 보다 타당성 있게 제시(이번 개최에 한해 무료, 차후 5%)하고, 3일간의 프리뷰는 기획을 통해 완성된 하나의 ‘전시’ 형태로 공개하기로 했다. 출품작 또한 작가의 근년 작으로 제한하고, 공신력 있는 협회감정위원회 감정과 추정가를 기반으로 작품의 적정가를 정하기로 했다. 24~ 26일 열리는 프리뷰 전시는 회원화랑의 초대를 통해 사전예약하거나, 회원화랑과 동반 입장해야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