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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정안은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거나,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아 죽게 만드는 등 금지하는 동물 학대 행위를 10가지에서 20여 가지로 확대했다. 처벌 조항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했다. 동물을 유기할 경우 과태료가 아닌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법무법인 율담의 권유리 변호사는 “학대범에게서 동물을 압수하거나, 다시 키울 수 없도록 제한하는 등의 조항은 들어가지 않았다”며 “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재물로 취급하는 현행 민법이나 형법 규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 주에서는 동물을 차에 방치해 죽게 한 보호자의 동물양육권을 박탈했고 영국 또한 동물을 학대한 사람은 영원히 동물을 기르지 못하게 한다. 국내에서는 동물 학대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200시간의 재범 예방 교육 프로그램 이수 명령만 가능하다.
반대로 이 법이 동물 보호에만 치중하고 개 물림 사고, 반려동물 우선(펫 퍼스트) 등의 문제는 도외시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5월 경기도 남양주에서는 50대 여성이 개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경찰은 견주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사고견 사육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게다가 개 물림 사고에 대한 처벌은 해당 견종이 맹견일 경우에 한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등록된 반려견 210만여 마리 중 법정 맹견으로 분류되는 반려견은 전체의 0.1%인 3000마리 정도에 불과하다. 실제로 2020년 반려견이 인근 주민을 물어 숨지는 사고가 났지만, 견주인 연예인은 처벌을 면했다. 몸무게가 20㎏을 넘는 대형견이지만 법정 분류상 맹견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동물을 통제하거나 비반려인을 위한 내용은 맹견사육허가제뿐이다.
외국에서는 동물 학대를 강하게 처벌하는 만큼, 물림 사고 등에 대한 책임도 무겁게 부과한다. 개가 사람을 물 경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 여부와 상관없이 견주가 모든 책임을 지게 한다. 영국 또한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는 개 소유자에게 도살을 명령할 수 있다. 개가 사람을 다치게 하면 견주에게 최대 5년형, 사망했을 때는 최대 14년의 중형을 선고한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동물권은 단순히 나의 반려동물만 소중하다는 것이 아니다”며 “내 개가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안전 조치를 취하는 것이 책임 있는 견주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학교에서 반려동물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려동물의 보호와 함께 통제도 제대로 이뤄져야 동물과 반려인, 비반려인 모두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