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와 밤나무를 돌아다니며 열심히 일한 꿀벌들이 집으로 돌아오면 말벌은 벌통을 습격한다. 이 과정에서 작고 약한 꿀벌을 학살한다.
말벌은 사람의 목숨을 앗을 정도로 두려운 존재다. 그렇다고 사람이 순순히 당할 리 없다. 양봉 농가에선 말벌을 응징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했다.
어떻게 말벌들을 잡았을까.
줄지어 있는 벌통 중간중간에 플라스틱 통이 보인다. 안을 들여다보니 말벌들이 들어있다. 이 녀석들은 통 안에 갇혀 나오지 못한다.
이들을 통 안으로 유혹한 건 술이다.
여러 가지 물질로 시도해본 결과 막걸리와 포도즙의 배합을 말벌이 가장 좋아한다는 것이다.
꿀벌은 안전하게 빠져나가
임 상임이사는 “통에 보면 작은 구멍들이 있는데 꿀벌들은 몸이 작아 여기를 통해 빠져나올 수 있다”며 “말벌들은 몸이 커 나오지 못하고 안에서 결국 죽게 된다”고 말했다.
술에 홀려 바로 앞에 있는 벌통도 잊고 막걸리와 포도주를 탐닉하다 최후를 맞는 것이다.
더 잔혹한 말벌 퇴치책도 있다.
말벌을 생포한 뒤 살충제를 몸에 묻혀 돌려보내는 것이다.
임 상임이사는 “말벌집으로 돌아간 벌에 묻어있는 약을 먹고 몰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소 잔인하지만, 말벌 습격으로 떼죽음 당하는 꿀벌을 보호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것이다.
추운 계절을 잘 견디면 내년 봄에 또다시 아카시아 꽃을 찾아다니며 자연산 꿀을 만들어 낸다.
특히 경기도 화성에 있는 자연과함께하는농장에선 3년 전부터 조현병 등 정신장애가 있는 청년들이 양봉을 통해 아픈 마음을 치유하면서 다른 사람과 협업을 배운다.
1년간 양봉을 배우면서 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한 젊은이들은 카페나 병원 등에 취업해 잘 적응해가고 있다.
화성=강주안 기자 joo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