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새벽이는 2019년 7월 동물권단체 ‘다이렉트액션에브리웨어(DxE) 코리아’가 경기도의 한 양돈농가에서 ‘공개구조’한 돼지다. DxE 활동가들은 아기 돼지 사체와 오물이 뒤엉켜 악취가 진동하는 농가에서 아픈 아기 돼지 새벽이와 노을이, 그리고 이미 죽은 별이를 데리고 나왔다. 별이에겐 장례식을 치러줬고, 노을이는 치료 과정 중 떠났다. 생후 2주차에 구조할 때부터 이빨과 꼬리가 잘려 있었고 거세돼 있던 새벽이만 살아남았다. 거세는 ‘고기가 됐을 때 냄새가 안 나게’라는 이유 때문이다. 잔디는 실험용 돼지다. 2020년 8월 잔디를 소유하고 있던 회사는 한 동물병원에 잔디의 안락사를 요청했다. 다행히 당시 동물병원이 생추어리 활동가에게 연락을 취했다. 실내생활을 하던 잔디는 지난해 2월 생추어리에 입주했다.
우리나라에서 재산으로 취급받던 동물을 최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었다. 새벽이생추어리 운영활동가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동물의 생명이 지닌 가치가 인간과 얼마나 다른지를 묻는다. 활동가 무모(31)씨는 “생추어리는 인간이 아닌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에서 생존한 생명체들이 존재 자체로 살아갈 수 있는 안식처이자 피난처”라고 말했다. 피난처인 이유는 새벽이와 잔디가 매일 수많은 돼지가 죽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구조돼 살아남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활동가 누리(30)씨는 “통상 6개월 만에 도축되는 돼지가 자연에서 살아가는 모습 등 가려져 있던 동물의 모습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들은 더 다양한 동물들이 본연의 모습 그대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꿈꾼다.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곰 생추어리를 계획하고 있다. 2026년부터 곰 사육이 전면 금지되며 사육곰 농장에 있는 곰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환경부는 전남 구례군과 충남 서천군에 곰 생추어리를 건립할 예정이다. 활동가 누리씨는 “동물원이나 체험 공간으로 쓰이지 않도록 본연의 목적에 맞는 시설과 환경이 잘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