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5년 만에 정권을 잃은 정치 진영의 상실감은 형언하기 어려울 듯하다. "(문 정부의) 정책이 뿌리내리기 위해선 재집권이 중요하다. 정책이 뿌리내리려면 적어도 10~20년이 걸린다." 2018년 8월 퇴임 기자회견에서 '20년 집권론'을 역설한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지금 어떤 회한과 감상에 젖어 있을지 궁금하다.
"나는 링 위에 오른 적이 없다"고 강변했지만 아마도 문 대통령은 누구보다 대선 패배를 아프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다. 국정을 홍보해온 KTV와 청와대가 공동 제작한 4부작 다큐멘터리 ‘문재인 정부 5년의 기록,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보니 정권 재창출 실패 이후 문 대통령의 불편함과 초조함이 읽혔다. JTBC '대담-문재인의 5년' 프로그램까지 십분 활용해 문 대통령은 전례 없이 강한 어조로 자신의 치적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는데, 자화자찬을 넘어 견강부회가 많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 퇴임이 임박한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많이 남아 있다. 반쪽의 진실만 담은 어용 사초(史草)가 아니라 정확한 진실을 위한 '역사의 반론' 차원에서 마지막으로 질문 몇 가지를 기록으로 남긴다.
첫째, 문 대통령은 진정으로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일하셨나? 정책 실패로 부동산값이 폭등해 무주택자와 세입자가 고통받았는데도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장 작은 편"이라면서 저금리 탓을 했다. 심지어 코로나와 '영끌' 때문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았는데, 어떤 국민이 이런 주장에 공감할까.
둘째, 문 대통령은 진정으로 나라와 청년의 미래를 위한 해법을 고민하셨나? 시대착오적인 소득주도성장론에 집착해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 자영업자가 폐업하고 청년 알바생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5년간 공무원 13만명을 늘려 두고두고 세금 부담을 키워놓고 정작 연금개혁은 말도 꺼내지 않았다.
셋째, 문 대통령은 진정으로 '인권 변호사'라 자처하시나? 과학보다 정치를 앞세우는 바람에 지난해 11월 '위드 코로나'와 대선 전후 '위드 오미크론' 정책 오판으로 수많은 국민이 희생됐다. 북한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아들과 했던 약속도 끝내 외면했다. 국민의 삶을 책임진다더니, 사람이 먼저라던 인권변호사의 면모는 잘 보이지 않았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진정으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사랑하셨나? 국민이 체감하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지난 5년간 정체되거나 뒷걸음질 쳤다는 지적에 어떻게 해명할지 궁금하다.
물러나는 대통령에게 "그동안 정말 수고 많이 하셨다"며 흔쾌히 박수를 보내지 못하는 마음 착잡하다. 문 대통령은 "퇴임하면 잊히고 싶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퇴임 이후의 삶에 대해 "못 가본 곳을 부부가 함께 가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그냥 덤덤하게 살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그런 소박한 바람이 이뤄지길 빈다. 전직 대통령이 현실 정치판에 연루돼 소환되는 비극은 다시 없길 바란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자화자찬한 5년 기록물 낯뜨거워
부동산·인권·비핵화 실패 책임 커
'어용 사초'로는 역사 왜곡될 수도